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시간 30분 이상 통화하며 다양한 논의를 가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 회의(G7)에 러시아를 복귀시켜 G8 회의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국, 러시아와 함께 핵군축 회담을 열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새로운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러시아가 G7에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이 복귀하길 바란다. 그들을 내쫓은 것은 실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원래) G8이었다"며 "그들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푸틴이 (러시아의) 복귀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제안에 대해 올해 G7의장국인 캐나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대통령 집권 시기였던 지난 2019년 8월에도 러시아의 G7 복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러시아를 G8에서 내보내고 G7 회의가 된 것이라면서, 러시아를 다시 합류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초 냉전이 끝난 이후 러시아를 포함해 서방의 주요 국가들이 모여 G8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회의에서 퇴출된 바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과 함께 핵 군축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비핵화가 두 번째 임기 동안의 목표가 될 것이라면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통해 이를 살펴볼 것이라는 의지를 표하기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머지 않은 시기에"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군사 비용으로 1조 달러를 쓸 이유가 없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있고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핵을) 가지고 있어서 세계를 50번, 100번이고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군사 비용에 4000억 달러를 사용할 것이고, 핵무기에서 뒤처져 있기 때문에 따라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 5~6년 안에 미국과 동등해질 수 있다고 밝혀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1991년 '스타트I'을 체결한 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발효중인 신(新)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뉴스타트)를 체결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 조약이 2026년 2월 5일 만료되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거나 대체할 조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11일 드미트리 폴리안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는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에 "미국과 군비 통제를 위한 포괄적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협상 분위기는 12일 트럼프-푸틴 전화통화 이후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다. <타스>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는 상시 초대장을 받았고,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상시 초대장을 받았다"며 "제3국에서 실무 회의를 신속하게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_resources/10/2025/02/14/2024110811341369411_l.jpg)
한편 당시 양 정상 간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이 논의되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휴전 협상에 대해 언급하는 등 미국이 휴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시작될 뮌헨 안보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 관료들이 회동할 것이며 우크라이나도 초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세 나라의 최고위급 관료들이 모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회의를 가지는 것에 대해 제안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전쟁을 끝내기위한 "대담한 외교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길 바랄 것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그를 믿는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의 구상대로 움직여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미국 방송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과 러시아만이 협상한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하기 전에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데 대해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러시아의 본격적인 침공이 3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서방의 정책에 의심을 표하기도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트럼프 정부의 협상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헤그세스 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는 것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기 전인 2014년 이전 국경으로 복귀하는 데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 점, 미국이 더 이상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우선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유럽 위원회 장관이 12일 파리에서 회의를 가진 이후 밝힌 성명에서 "우리의 공동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강력한 위치에 두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우크라이나에는 강력한 안보 보장이 제공되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는 강력한 대서양 안보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다고 밝힌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유럽의 참여 없이 우크라이나에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은 우크라이나 없이 내릴 수 없다면서 유럽연합의 단결을 촉구했다.
다만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미국과 지속적인 협력"이 논의됐다면서 "대서양의 협력을 긴밀하 하는 것만큼 우리 안보를 보장하는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밝혀 미국과 협의를 강조했다.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챙기라는 뉘앙스의 헤그세스 장관 발언에 대해 존 힐리 영국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며 영국이 올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45억 파운드를 지출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없는 안보 보장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유럽만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하는 데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와 휴전이 된다면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다국적 억제군이 10만~15만 명 정도 필요한데, 이는 점령된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60만 명이 넘는 러시아군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유럽의 고위 외교관이 "유럽은 지금 당장 이런 군대를 배치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에 (군을 파견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다른 유럽 고위 외교관은 헤그세스 장관이 설명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성급한 항복"이라고 규정했다면서 러시아가 다가올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