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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 챙기겠다'던 尹 정권에서 '특수고용' 학습지교사들이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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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 챙기겠다'던 尹 정권에서 '특수고용' 학습지교사들이 겪은 일

[尹 퇴진 이후, 노동의 꿈] ⑤ 학습지 교사

결혼 후 17년 동안 아이를 둘 낳고 키웠더니 다시 사회로 나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알아본 학습지 교사, 가르치는 일이 좋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학습지 교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14년째 구몬 학습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 사이 내 딸은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비록 내 딸과는 아이들을 만나는 장소가 다르고, 4대 보험도 되지 않고 퇴직금도 받지 못하는 학습지 선생님이지만, 학교 선생님만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좋은 만남 좋은 인연은 언제나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인생에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새기며 그렇게 마음을 다해 아이들을 성심껏 지도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냈다.

당연하지만 노조 할 권리를 확인받은 2018년

그러던 2018년의 어느 날, 뉴스에서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들이 대법원으로부터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후 노동조합의 간부가 울산에서부터 나를 만나기 위해 동탄까지 찾아왔다.

멀리까지 찾아온 그 발걸음에 감동했고, 무엇보다 같은 일을 하는 구몬학습의 학습지 교사들도 노동자로 인정받고 우리 힘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렇게 시작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나의 시간은 같은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은 같은 대가를 받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채워졌다.

선진국의 노동 현실과 실태를 공부하면서 가진 자들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데만 몰두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함께 논의하고 이루어낸 작은 마을 얘기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도 그런 세상을 만들어 나가길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벅차올랐던 소망으로 꿈꾸기를 7년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난 꿈만 꾸고 있다.

대교도, 재능도 인정한 권리를 구몬만 무시

2021년 10월, 대교의 위탁계약직 노동자도 재능교육처럼 대법원으로부터 노조법상 노동자임을 판결받았고, 2023년에는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교원구몬의 학습지 교사들도 함께 기뻐했다.

그 뒤 노동조합은 교원구몬에 교섭 요구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행정법원 1심에서도 "교원구몬은 단체교섭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럼에도 교원구몬은 여전히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학습지 업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고 매출 1위인 교원구몬이지만, 학습지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수료 제도로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다. 교원구몬에서는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1만 2000원', '6000원', '0원'으로 학습지 교사의 수수료를 회사 마음대로 삭감하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개인 지출 비용은 나날이 증가하고, 방문 학습지 교사가 온라인 수업까지 떠맡게 되어 노동강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교원구몬 사측이 대법까지 가겠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수년 간 교원구몬의 학습지 교사들은 삭감된 임금으로 생계의 절망과 부정 영업의 고통 속에 지내야 한다. 교원구몬은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노조법 2조 개정

이렇게 교원구몬만 바라볼 수 없어 우리는 국회에서 토론회도 참석하고, 기자회견도 하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면 교원구몬이 대법원의 판결을 받겠다고 버티지도 못할 것이고 교원구몬 학습지 교사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약계층 노동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던 윤석열 정권은 이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은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는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다"며 "노동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적극 챙기겠다"라고 강조하고 '노동 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이들을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실상 노동약자 지원법이라며 들고나온 내용은 실효성도 없는 생색내기 시혜성 제도에 불과했다.

생색내기 노동약자법 내세운 윤석열 탄핵 이후

이런 윤석열 정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노동자가 꿈꾸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과연 가능할까 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윤석열 정권에서는 "윤석열 탄핵!"만이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이었다.

그런데 12월 3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그날! 그날 이후 윤석열 탄핵은 더 이상 우리만의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것들아, 정신 차려! 정권이 바뀌었어!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회사의 이사라는 자가 노동조합을 향해 외친 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본과 정권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도구로 더 이상 이상한 법을 내세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제 다시 소망한다

8000명 구몬교사가 정당한 노동조건에서 노동을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보장보험의 혜택도 차별받지 않고, 퇴직금도 받으며 노후를 걱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에게만 주어지는 시혜를 원하지 않는다. 전혀 특수하지 않은 노동에 '특수'를 붙여 더 이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사각지대 노동자로 불리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헌법의 취지에 맞게, 모든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기를 바랄 뿐이다.

최저임금 이상 적정임금을 보장받을 권리,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안전의 권리, 중대재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권리를 박탈하라고 우리만 '특수'하게 대접(?)하는 사회를 원치 않는다. 모든 노동자에게 이런 보편적 권리가 인정되는 날을 소망해 본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노동현장'을 주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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