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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점거' 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안건 수정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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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점거' 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안건 수정 의결

극우 주장 답습한 안창호 인권위원장…극우세력, 오전부터 인권위 점거·기자들 협박

국가인권위원회가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주도로 수사·재판기관에 윤석열 대통령과 비상계엄 관여자들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안건 내용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10일 인권위는 서울 중구 인권위 회의실에서 전원위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의 판단 근거와 주문 일부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제출한 긴급안건을 일부 수정한 이 안건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방어권 보장 △불구속재판 △무죄추정·적법절차 원칙 준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철회 등을 담고 있다.

전원위는 이중 한 총리 탄핵와 관련한 사안은 삭제하되 다른 사안들은 일부 내용을 수정한 채 헌법재판소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탄핵심판에 관여하고 있는 수사·재판기관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안건은 어떠한 강제성도 띠지 않고 각 기관에 인권위의 의견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각 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통상 인권위는 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기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보낸 뒤 90일 이내 기관장에게 회신을 받고 이를 공표할 수 있지만, 이번 안건은 강제성을 띠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결 과정에서 남규선 상임위원, 소라미·원민경 비상임위원 등은 이번 안건이 가결되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남 위원은 "인권위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 이번 안건은 이례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최고권력자 대통령의 방어권 주장을 위한 것"이라며 "인권위의 권위를 이런 일에 사용하려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원 상임위원, 한석훈 비상임위원 등 찬성 측은 "윤석열 대통령도 직무정지 상태로 재판정에 선 순간 슈퍼 을(乙)이 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전원위에서 극우세력의 주장을 답습하며 수정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원위는 자리에 참석한 인권위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안 위원장은 자신이 반대하면 통과되지 않는 모든 수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헌법재판과 관련해 적지 않은 국민은 몇몇 재판관의 소속 단체와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과 헌법가치 및 질서를 구현하기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관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한다는 주장이 있고 국의 절반 가까이가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거나 "많은 국민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신속히 복귀해 경제부총리가 경제에만 전념해 어려운 경제가 신속히 회복되길 바란다" 등을 근거로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 안건과 함께 전원위에서 논의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부결 처리됐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로 발생한 인권침해 대응 방안은 인권위에서 사안 파악 후 시행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린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한 극우세력은 오전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에 침입해 직원과 기자들을 위협했다. 이들은 전원위가 열리는 14층 로비를 점거하고 승강기를 틀어막은 채 자신들이 신원을 확인한 직원과 기자들만 들여보냈다.

이들은 '평화적으로 보여야 한다. 폭력은 안 된다'면서도 기자들의 얼굴을 모두 촬영해 명단을 뿌리겠다고 겁박했으며, 일부 유튜버들은 경찰기동대 투입 후에도 1층에서 대기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을 장시간 무시한 채 '부정선거는 존재한다' '이재명 구속' 등 소리를 질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진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한 장애인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다고 자랑했으며, 현장을 촬영하는 영상기자들에게 '초상권 침해이니 카메라를 내리라'면서도 자신들은 기자들을 촬영하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같은 난동은 곧바로 자신들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지지자들은 소동 도중 "슈퍼챗(후원) 잘 터지니 밥 사라" "미정갤(디시인사이드) 개념글(인기글) 보내주겠다" 등의 발언을 주고 받으며 낄낄거렸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벌어진 사태와 정반대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극좌파 폭도"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전원위 회의를 무산시킬 것을 우려했다. 김 위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파 사람들은 극우파 딱지가 붙지 않도록 몸조심 하기에 여념이 없다" "좌파들은 기고만장해 날뛰는데 우파들은 언행에 신중하기 그지 없다"며 극우세력을 옹호하면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비난했다.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은 극우세력의 위협으로 이날 예고했던 기자회견 및 전원위 방청 취소했다. 이들은 내일 인권위에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며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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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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