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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면, 쿠팡의 '97% 비정규직 고용'도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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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면, 쿠팡의 '97% 비정규직 고용'도 바뀔까요?

'2.14 백기완 추모·비정규직 철폐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대행진' 참여를 제안하며

저는 학습지 교사입니다.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특수고용직'이라는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여러 부당한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위해 회원의 집을 방문해야 하기에 추위와 더위와 싸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밤 늦게까지 수업하고 아침 일찍 홍보를 해도 교통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회원 수를 늘리라는 실적 압박으로 인해, 매달 실적 마감일마다 가짜 회원 회비 대납을 당연한 것처럼 강요받는 일입니다. 인구 감소로 회원 수가 줄었는데도 모두 선생님들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회원 수가 많이 줄었던 코로나19 시기 이후 대납하는 가짜 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선생님도 많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실적을 맞추기 위해 가짜 회원을 만들고 대납을 강요해 놓고, 회사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모두 선생님 잘못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습니다.

저희는 회원 수에 따라 수수료가 오르락내리락하며 최저임금조차 보장되지 않아 항상 불안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노동자는 너무 당연하게 적용받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제도에서도 제외되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일하던 젊은 30대 엄마로 일을 시작해, 벌써 60대가 눈앞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40세 이상이면 학습지 교사를 할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50~60대 선생님이 다수입니다. 노동자가 모든 불이익을 감당하고, 회사는 아무 비용도 들이지 않는 특수고용직이라는 제도로 인해 젊은 사람은 전혀 지원하지 않는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0년을 학습지 교사로 성실하게 일했지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참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20년을 꾸준히 일해도 퇴직금이 한 푼도 없고, 국민연금도 없는 노년이 너무 걱정됩니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문제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가 참 많았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노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바뀐 것이 없고, 우리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 탄압 정책과 기업들의 횡포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이 비율이 70%가 넘었고, 오래 일한 경력을 인정받고 급여가 오르기는커녕 최저임금밖에 못 받는 노동자가 점점 늘어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개별화된 노동자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도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 97%를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쿠팡같은 기업의 횡포를 보면서 그냥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차 대행진'을 통해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로 알게 되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고, 당당하게 자신의 요구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웠습니다. 힘들어도 당사자들이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면 조금씩 더 권리를 찾고, 회사에서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당한 제도와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투쟁하는 동지들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1차 대행진'에서 저보다 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며, 함께 투쟁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든든했습니다. 이런 분들의 희생이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의 너무나 뻔한 선거 유세 광장이나, 몇몇 정치인에 대한 기대가 아닌,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세상을 바꿔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광장이 저에게는 보석처럼 느껴집니다.

오는 14일 다시 한 번 그런 자리가 열립니다. '내 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2차 대행진'입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대통령하고 사모한테 강경진압하라고 다 보고했어"라고 했던 2022년 조선하청 노동자 파업이 일어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본사 앞에서 ‘내 삶을 바꾸는 문화제’를 시작합니다. 한화오션에서 출발해 세종호텔 정리해고자들을 만나고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행진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행진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윤석열에 맞서 싸운 비정규직의 '내삶을 바꾸는 민주주의 대행진' 집회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단체 회원들이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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