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와 주류 그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 윤석열 대통령과 연일 거리를 좁히고 있다. 당 대표 격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윤 대통령에 대한 거리두기 요구에 대한 거부 뜻을 밝혔고, 당 중진 의원들은 잇달아 서울구치소로 윤 대통령을 찾아가 면회하기도 했다. 친한(親한동훈)계 등 당 비주류를 중심으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7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윤 대통령이 우리 당의 대통령 아니겠나. 직무정지가 돼 있을 뿐"이라며 "그래서 당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서 면회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자신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인사들이 서울구치소로 윤 대통령을 면회한 데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권 위원장은 "사실 그 면회가 한 30분 정도이고, 그 뒤에 교도관이 입회하지 않느냐. 거기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면서 "특별한 얘기는 없이 그냥 안부 얘기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소회라든가 이런 얘기를 좀 듣고 나오는 자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론 거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오히려 저는 안 가는 게 비겁하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권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한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거리두기 요구가 있다는 기자 질문에 "출당을 시키고 이런다고 단절이 되나"라고 일축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권영세, 헌재 때리고 '부정선거론' 옹호?…"사전투표제 재고해야")
그는 이날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그게 무슨 형식적으로 당을 나가게 한다든지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든지 이런 것이 실질적으로 단절이 되거나 이러지 않는다"며 "지난번 홍준표 대표 시절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했지만 그 조치로 단절이 됐나. 저는 안 됐다고 본다"고 재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나온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도 보조를 맞췄다. 그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행태를 보면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며 "특히 곽 전 사령관은 군인이 야당 의원 유튜브에 나가서 방송을 하는 것은 저는 처음 봤고 아주 부적절한 태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12월 6일 홍장원 의 공작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다만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재판 중에 말씀하신 부분과 관련해서 대통령이든 상대방이든 제가 지금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헌법재판소에서 나름대로 객관적 중립적으로 판단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기 대선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조기 대선이라는 게 결국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인용하는 걸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쪽을 전제해서 거기에 대해서 준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과 밀착할 경우 조기 대선 등 향후 정치 국면에서 중도층 민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그는 "중도 확장이라는 건 경제, 민생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중도에 있는 국민들도 우리 당에 대한 지지 폭이 좀 넓어질 것"이라며 "강성 보수 성향을 띠는 분도 다 우리가 함께해야 될 분들이고 중간에 계신 분들도 우리가 함께해야 될 분"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경제민주화도 여전히 중요한 개념이기는 한데 경제 민주화를 지나치게 강조해서 읽거나 잘못 읽으면 사회적 시장경제를 넘어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까지 갈 수 있는 위험성은 틀림없이 있다"고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 자유화'라는 개념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이후 보수진영의 중도확장 카드였던 '경제민주화' 노선과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당 중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을 면회하며 그의 옥중 메시지를 언론에 전달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윤상현·김민전 의원은 이날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만난 후 그가 "국민의 자존심이 대통령 아니냐. 그런 자세를 견지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의연한 모습을 많이 보이셨고, 한파 속에 어려운 분들이 어떻게 지내시나 걱정이 아주 많으셨고, 또 젊은 세대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당 지도부와 함께 윤 대통령을 면회한 나경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심리 진행에 대해 "졸속 편파 심리로 역사에 과오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비난하는 등 연일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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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에서는 이같은 지도부·중진들의 언행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비주류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의원은 전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윤 대통령 면회에 대해 "개인적으로 접견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그런데 현재 지도부 아니냐. 좀더 조용하게, 가능하면 알리지 않고 다녀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우리 당이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으로 비춰진다면 중도층이 멀어진다"고 우려하며 "국민들의 정서와 상식에 부합하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내란 재판 결과에 따라서, 유죄냐 무죄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탄핵심판이 내려진다면 거기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그러기 위해서도 대통령 접견에 대해서는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친한계 원외 인사인 신지호 전 전략부총장도 같은날 불교방송 인터뷰에서 "계엄은 부당한 조치였고 위헌·위법한 조치였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며 "경고성 계엄, 평화적 계엄, 계몽령. 이런 것은 심각한 어폐가 있다. 만약에 경고성 계엄이라면 그런 계엄을 발동하는 순간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 뻔히 들여다보이는 것 아니냐"고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공박했다.
신 전 부총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엄청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태"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용어가 사실상 금기시되고 있는데 (이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 쭉 나갈 수도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지금 헤어질 결심을 하지도 못했고 굉장히 어정쩡한 상태"라고 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친한계 소장파 인사들로 구성된 '언더(under)73'은 이날 첫 공개 행보를 갖고 "잠깐의 이득이 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민주주의의 적(敵)을 우리가 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을 찾아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예방하고, 이와 별도로 낸 입장문에서 "기득권 청산과 정치 세대교체에 앞장섰던 청년 김영삼을 기억한다"며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잠시 죽는 것 같지만 영원히 살 길을 선택하겠다는 김영삼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극단을 배격하자"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시행, 군사독재 잔재 청산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단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필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민주주의라는 틀이 지켜져야 대한민국은 진정한 국민의 나라로 존속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폭력은 그 속성이 악마의 수레바퀴와 같기에 민주주의는 한치의 양보 없이 기필코 지켜내야 하는 절대 가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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