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반도체 기업의 숙원인 노동시간 상한제 완화에 긍정적 메시지를 내놓는 등 대선을 염두에 두고 '우클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사람이 로보트냐"며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하고 나섰다.
진 의장은 6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내에서 논란이 된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한 의견을 묻자 "기업이 그저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노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일 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들이 동의할 경우 예외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라며 "적정하게 몰아서 일하게 해달라는데 왜 막느냐는 것을 '안 된다'고 거절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해 노동시간 상한제 완화를 포함한 반도체 특별법에 사실상 긍정 시그널을 보냈다. (관련기사 : 이재명, 연일 우클릭? "'주52시간 예외' 왜 안되냐 하니 할 말 없더라")
진 의장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집중근무제, 개량근로시간제 등 이미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하는 제도들을 반도체 기업에서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진 의장의 주장은 '반도체 특별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와는 결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진 의장은 앞서 민주당 정책토론회에서 제기된 경영계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경영계에) 왜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예외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나 물었더니, '반도체의 개발 주기상 6~12개월 집중 근무시간이 필요하다. 현행 예외제도는 잘해야 3개월 혹은 6개월 단위로 쓸수있다. 그래서 사용하지 못한다'고 얘기하더라"며 "1년(12개월) 내내 어떻게 집중근무제가 가능한가. 사람이 로보트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집중근무제가 가능한) 재량근로시간제를 왜 활용하지 못하느냐고 했더니, '하루 11시간동안 연속으로 휴식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밤새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며 "(하루 휴식시간으로 지정된) 11시간은 ILO 국제 노동규약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또 기존 제도들이 노동자 동의를 구해야 하는 한계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경영계 측 주장에도 "(반도체 특별법에) 화이트칼라 이그잼션(고소득자들에 대한 노동시간 예외적용)을 도입해도 근로자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서 하겠다고 실컷 이야기 하지 않았나"라며 "모순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진 의장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주 52시간 예외'를 제외한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국가지원에는 여야가 이견이 없다. (이 부분은) 먼저 처리하고 여야 이견, 노사간 입장차가 큰 노동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별도로 논의를 지속해서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면 될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문 닫아 걸고 논의하지 않겠다는게 아니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갈등 심한 사안을 일거에 처리할 순 없다"며 "당에서도 정책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정책조정위별 논의가 정리되면 대안과 절충이 가능한 지를 모색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당 의원총회에서 표결 등을 통해 당 방침을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논란을 의식한 듯한 견해도 풀어놨다. 그는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 이런 이념적 기준을 가지고 정당의 정책을 평가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최근 (반도체 특별법 관련한) 말씀도 이념으로 재단할 문제 아니다. 산업계의 필요가 있다고 하니,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당의 정책 디베이트도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진 의장은 당의 금투세 폐지 과정 등을 언급하며 "문제제기를 받아서 수용하는 것"이라며 "저는 물론 그런 방침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지만, 좌우의 문제나 진보 보수의 문제로 재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의장은 배우자 공제와 일괄공제 한도를 높여 중산층 상속세를 완화하는 세법 개정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당초 민주당의 중산층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개정안이 관철되지 못한 상황으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상속세법 개정을 논의하자고 하면 정부 여당이 이전에 하려고 했던 '초부자감세'를 다시 들고나올 것인데 거기에는 합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속세 완화문제는 여야 기재위원들 사이에서도 최고세율 인하 등에서 이견이 첨예해 부결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부자들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비판하며 정부 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진 의장은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서는 "현행 정년을 고수하면 정년 퇴임과 연금 수령시기 사이에 5년여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며 "정년 연장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내란 사태로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서 철수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며 "이제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는 최근 대선을 염두에 둔 '우클릭' 내지 중도층 겨냥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준비 조직인 집권플랜본부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 세미나에서 'K-먹사니즘 미래 성장전략'으로 명명한 당의 성장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형철 집권플랜본부 'K-먹사니즘' 본부장은 "성장 우선 전략을 통해 현재 1%대에서 5년 내 3%대, 10년 내 4%대 성장률 달성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 본부장은 "재정정책 논쟁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제조업과 IT에 이은 AI∙문화∙안보를 축으로 한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 "미래 핵심기술인 ABCDEF, 즉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Culture), 방산(Defense), 에너지(Energy), 식량(Food) 분야에서 100개의 유니콘기업과 삼성전자급 헥토콘(시가총액 100조 원 이상)기업 6개 육성" 등 '10대 성장전략'을 제안했다.
집권플랜본부는 이를 위해 △50조 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 △2조 원 이상의 정부 혁신조달 △국가 AI데이터 센터 설립 △해외관광객 5000만 명 유치 △방위산업에서 팬데믹∙에너지∙식량∙안보기술 자립으로 안보산업 확대 △안보산업과 기존 제조업 혁신 연계 등의 과제를 제시하며 △일자리·복지 확충 △초광역 수퍼클러스터 등 분배·균형발전 과제도 함께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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