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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섣달그믐’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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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섣달그믐’과 ‘설’

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한다. 원래는 밤새도록 한 해 동안 은혜를 입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묵은세배를 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잠을 자지 않고 밤새 동네 어른들게 절을 해야 한다. 잠을 자면 어른들이 몰래 밀가루를 발라놓고 눈썹에 셌다고 놀리기도 하였다. 참으로 해학을 아는 민족이다. ‘섣달’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이르는 말이다. 옛문헌에는 ‘섯달(원래는 달 자는 아래 아(·)로 표기해야 한다. 향약구급방 하 58)’이라고 표기되어 있으나 지금은 ‘섣달’이 규정 표기이다. 우리 조상들은 섣달을 겨울 중 가장 춥고 긴 달로 여겼다.

‘그믐’은 ‘그믈>그믈음>그므음>그믐’의 변화과정을 거쳤다. 그믈은 다시 ‘그 + 믈’로 나뉜다. 즉 ‘그’나 ‘믈’은 모두 ‘해’의 의미를 지닌 말이었다. 태양의 운행에 의해 어두워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래서 ‘어둡다’의 어근인 ‘얻’도 본래는 ‘해’의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옛문헌을 보면 “그믈뉘를 모른다”, “그 달이 그믈거든”, “그므록하다(죽어가다)” 등으로 나타나 있다. 여기서 ‘그믈다’의 어간은 ‘그믈’이고, 나중에 명사가 되어 ‘그믐’이 되었다. 후에 ‘그믈다’는 ‘어두워지다’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현대어에서 ‘그믐’은 ‘음력으로 그 달의 마지막 날’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섣달그믐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이르게 되었다. 예문으로는

섣달그믐이라 묵은세배꾼이 입원한 문안을 겹쳐서 아침부터 몰려드는 것이다.

그믐으로 접어드는 때라서 별빛이 한결 밝다.

달은 보름을 정점으로 일소하다가 그믐께엔 거의 볼 수가 없다.

한편 ‘설’은 명절로 쇠는 새해의 첫날을 이르는 말이다. ‘설날’이라고도 한다. 즉 ‘정월 초하루’로서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이다. 원단(元旦)이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나이를 뜻하는 ‘살’과 ‘설’의 구분이 별로 없었다. 예를 들면 나이를 이르는 것으로 “그 아기 닐굽 설 머거 아비 보라 니거지라(월인천강지곡8 :101)”에서는 ‘설’이 ‘살’(歲)로 쓰인 것이다. 과거에는 살과 설이 구분이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설’은 원단(元旦)의 듯으로, 살은 나이(歲)의 듯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설날이 시작되었을까? 아주 오래 전에는 동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래서 사주의 시작인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는 동지에 비롯되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신라의 기록에 설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에서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회를 열고 신하들로부터 새해 축하를 받는 의례를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전통이 고려와 조선을 지나면서 우리 고유의 민속으로 정립되었고,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설날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한 때는 양력설로 바꾸려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의 반대로 실패하였다. 그래서 양력설을 신정이라고 하고 음력설을 구정이라고 했다가, 다시 ‘설날’이라고 하게 되었다.

'맞이하여 지내다'라고 할 때는 '쇠다'라고 한다. 그래서 ‘설쇠다’는 ‘새해를 맞이하여 설을 지내다’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남의 떡에 설쇤다.”는 말이 있다. “제 일을 남의 힘을 입어서 쉽게 이룬다”는 말이다. 남의 덕택으로 거저 이익을 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쇠다’의 예문으로는

우리는 여주로 설쇠러 가요.

설 쇠고 나서 졸업식을 하려고 부랴부랴 떠났다네.

와 같이 쓴다. 많은 사람들이 ‘설을 쇠다(설쇠다)’를 ‘설세다’로 잘못 쓰고 있음을 본다. 이제 설쇠고 상경하는 길이기에 고속국도는 주차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배려한다면 먼 길도 그리 지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는 우리 민족은 참으로 대단한 민족이다. 언젠가는 바뀌겠지만 가능하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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