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가르치다 보면 표준어와 방언 사이에서 헷갈릴 때가 많다. 과거에는 방언이었던 것이 표준어가 되어 있기도 하고,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방언인 것, 방언인 줄 알았는데 표준어인 것 등 다양하다. 방언으로 알고 있는데 표준어인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거시기’이고,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방언인 것이 ‘옹심이’이다.
요즘 여기저기 '옹심이'라는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 감자가루로 만든 것이라 쫀득한 것이 맛이 좋다. 그래서 고향에 가서 성묘를 하든가, 형제들을 만나고 올 때면 거의 매번 가는 곳이 ‘옹심이’집이다. 아내는 ‘옹심이’만 시키고, 필자는 메밀로 만든 것 중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을 주문한다. 그런가 하면 죽집도 많아졌다. 과거에는 몸이 아프거나 먹을 것이 없을 때 죽을 쑤어 먹었다. 어린 시절에 풀(?)만 잔뜩 들어 있는 죽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먹기 싫었는지 모르겠다. 개떡(?)도 엄청 많이 먹었다. 쑥버무리 또한 봄철에는 입맛을 새롭게 하는 음식이었다. 이제는 추억의 음식이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죽집이 많이 생겨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먹고 싶은 죽을 골라서 먹는 시대가 되었다.
몸이 부실할 때는 팥죽 한 그릇도 보약이었다. 그 속에 새알심이 있는데, 어린 시절에는 먹기 거북하더니, 지금은 새알심 먹는 재미가 생겼다. 어린 시절에는 새알심 먹기가 싫어서 그것만 먼저 먹고 팥죽을 먹으려는데, 작은어머니께서 “어머나 태호는 새알심 좋아하는구나!”하고는 듬뿍 넣어 주셔서 속이 상했던 적도 있다. 뭐라 말도 못하고, 먹기는 힘들어서 억지로 집어넣었다.
죽에 따라서 찹쌀가루나 수수 가루로 경단 같은 것을 빚어 넣고 함께 끓인 것이 있다. 원래는 팥죽에다 넣던 것인데, 요즘에는 각종 죽에 넣기도 한다. 무언가 씹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본다. 이 경단 같은 것을 새알만하다 하여 ‘새알심’이라 한다. 사전에는 ‘찹쌀가루나 수수 가루를 새의 알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팥죽에 넣은 덩이’라고 되어 있다. 예문으로는
호박죽 속에 들어 있는 새알심이 몽글몽글하다.
동지에는 새알심이 들어 잇는 팥죽을 먹어야 한다.
등과 같다. 그러므로 표준어는 ‘새알심’이고, ‘옹시미’, ‘오그랭이’, ‘옹시래미’라하는 것들은 모두 방언이다. ‘옹심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새알심의 방언’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러면서도 예문은 상당히 많이 있는 기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면 ‘감재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반죽하여 새알만한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빚어서 만든 덩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옹심이’라는 단어는 항상 ‘감자’와 붙어 다닌다는 것이다. ‘감자전과 감자옹심이’와 같은 식으로 된 것으로 보아 감자로 만든 새알심만을 옹심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문을 보자.
정식을 시키면 옥수수범벅, 감자옹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감자 판촉을 위해 감자 가공품 전시 및 감자 옹심이 시식 행사도 마련했다.
첫 시간에는 감자를 이용한 옹심이 국과 찜을 만들어 보았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옹심이는 감자로 만든 새알심을 말하는 것이 분명함을 알았다. 그렇다면 이제는 새알심과 옹심이를 분류하여 각각 표준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옹심이 식당 “새알심 주세요.”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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