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판사 출신 국민의힘 최재형 전 의원이 현 여당 지도부의 '헌법재판소 때리기'에 우려를 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 전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1~22일 연달아 문형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친분설을 제기하며 문 대행이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 전 의원은 "재판 기피라는 것은 법관과 당사자 사이에 친인척 관계가 있다든지 또는 재판의 공정을 기대하기 현저하게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기피 사유가 되는데, '연수원 동기다', '연수원 다닐 때 무슨 활동을 같이했다' 그 정도 사유를 가지고서 재판이 현저히 공정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최 전 의원은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재판이나 법원의 판단은 최종적인 것이고 국가의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라며 "거기에 대해서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언행은 자제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과거 연수원 시절 동기로서 노동법학회를 함께 하며 호형호제하는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법조계에 파다한 이야기다. 이재명 대표의 절친이 탄핵심판을 다룰 자격이 과연 있겠나"(지난 21일), "문 대행이 이 대표와의 친분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하지 못한다면 제척·기피 사유" (22일 헌재 항의방문시) 라고 했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헌재소장 대행이 이재명 절친"…'사법부 테러'에도 또 헌재 때리기)
최 전 의원은 현 시국상황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위기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서 이 위기를 극복한다면 오히려 국가적 신인도라든지 국민의 저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자꾸 정치적인 눈앞의 이익만 보고 새로운 갈등을 계속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슴아프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특히 최근의 1.19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관련 "법원은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법치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기구"라며 "법원의 어떤 결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해서 이렇게 폭력 난동을 한다는 것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이것을 부추기거나 선동했던 배후세력이 있다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마음은 이해하지만 폭력은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만 내고 있는 여당 지도부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이날까지 국민의힘 내에서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엄단'을 언급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지난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변호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내심을 시사했다.
최 전 의원은 "본인이 평생 자유민주주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온 분이라는 몇 마디 말씀을 하셨는데, 전체적인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가슴에 어떤 울림이 있다기보다는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며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것보다는 약간 변명하는 듯한 모습이어서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에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계엄으로 야기된 모든 상태의 가장 큰 책임(자)이고 주체이지 않느냐"며 "바이든 대통령이 준 명패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같은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12.3 계엄 당일 윤 대통령 지지사항이 담겼다는 이른바 '최상목 쪽지'에 대해 "비상 입법기구라는 것은 결국 국회의 기능을 정지하고 다른 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라며 "비상 입법기구를 설치하려 했다는 것은 국회 기능을 정지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는 것과 연관되기 때문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비상계엄이라는 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상태에서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행정과 사법 부분에 대해서만 관여할 수 있는 것이지, 입법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계엄 당시) '포고령'에 '국회와 지방의회 등 모든 정치활동을 정지한다'는 것이 1호에 쓰여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것을 본인이 '몰랐다', '국방장관이 그냥 해 놓은 것인데 옛날 매뉴얼을 가지고 가져온 것이고 본인이 간과했다'(고 하지만), 이런 중요한 내용을 본인이 모르는 상태였다는 건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앞서 입장문 등을 통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한 데 대해 그는 "부정선거 이슈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본인의 지지세력으로 하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계엄을) 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 주장처럼) '수많은 증거가 있었다'면 대통령 재직 당시 수사나 감사를 해서 규명해야 되는데, 군대를 동원해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는 것은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전 의원은 한편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임무 중 헌법수호의 임무가 가장 중요하고, 그 임무 중에는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9인의 정상적인 체제 하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본다"며 "일단 과정에 문제는 있었지만 국회가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도록 돼있다면 임명하는 게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기구인 헌법재판소는 9인으로 구성해서 재판하도록 돼 있는 것이 규정의 원칙"이라며 "그것은 임명하시는 게 옳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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