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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내가 썼나 가물가물하다'던 尹, 어젠 '그런 사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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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내가 썼나 가물가물하다'던 尹, 어젠 '그런 사실 없다'?"

김종혁 "尹 헌재 진술, 며칠 전 영장심사 때와 상반…'수사 안 받고 정치하겠다'는 것"

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직접 재판관들의 질문에 답변한 일과 관련,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며칠 전 (영장)판사 앞에서 했던 진술과 며칠 뒤 헌법재판소에서 한 진술이 전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22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관이 물어보기를 '최상목 부총리에게 비상입법기구에 대한 쪽지를 건네줬느냐?'라고 물어봤는데 본인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며 "그런데 바로 얼마 전에, 차은경 판사 앞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때는 보도된 바에 따르면 '내가 썼는지 김용현이 썼는지 헷갈린다. 가물가물하다' 이런 표현을 썼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재판부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쪽지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으신가"라는 질문을 하자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것을 기사에서 봤다"고 답변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게 논리적으로 좀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게, 최상목 부총리가 국회에 나와서 증언을 했다. 대통령이 '이거 참고해'라고 하고 누군가가 자기에게 쪽지를 줬다, 받아서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차관에게 줬더니 차관이 갖고 있다가 나중에 나에게 전달해 줘서 내가 제출을 했다(고 증언했다)"면서 "그 짧은 시간에 최 부총리가 그런 걸 써서 차관에게 건네줬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나는 그런 걸 쓴 적이 없다'고 한다면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썼다는 건데, 그 얘기는 내란죄 수괴가 본인이 아니라 김용현이라는 얘기"라고 짚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비상입법기구'라는 발상에 대해 "국회 기능을 정지하고 거기에 대항하는 입법기구를 만들겠다, 쉽게 얘기하면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을 다 총괄하는 총통 같은 게 되겠다는 것"이라며 "군사정권이나 왕이 아니면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탄핵심판과 공조본 수사에 임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 "자기 부하들과 연루됐을 때 태도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다 내 책임이다. 내 탓이고 내가 명령한 거다. 그러니까 부하들은 건드리지 마라' 이렇게 할 수 있고, 어제처럼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한 게 아니다'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는데 대통령께서 후자를 택하신 것 같다"며 "굉장히 당황했고 씁쓸했다"고 했다.

그는 또 "헌재 (발언) 과정에서 대통령의 국정 인식 일단이 보인 것 같다"며 "'국회와 언론이 초(超)'갑'이다' 이런 얘기를 하셨는데 '내가 대통령인데 국회·언론 때문에 못 해먹겠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전략에 대해 "'수사는 안 받겠다. 그리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 같다"며 "'헌법재판이라는 것은 결국은 정치 재판 아니냐.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내 지지자들이 많으면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판결을 할 것 아니냐'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인데 '수사는 안 받겠다'고 하는 것은 별로 온당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전날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한 발을 뺀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만약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전제가 깨지고 나면, 그동안 그 부정선거론을 자양분삼아 주장해 왔던 유튜버들이 과연 어떻게 앞으로 대응을 해나갈지 그것도 참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현 상황을 아노미로 규정했다. 그는 "사회의 가치와 기준이 모두 붕괴해 버리고 도대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제대로 알 수 없을 때, 그래서 사람들이 방황할 때를 아노미라고 하지 않나. 지금이 그런 것 같다"며 "왜냐하면 대통령이 하시는 말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가 없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말씀은 전부 다 다 진실로 받아들여졌는데, 정치 지도자들의 말이 다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진짜인지 알 수가 없게 돼버렸다"고 한탄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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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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