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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탓에 장바구니 줄여"…광주 말바우시장, 설 대목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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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 탓에 장바구니 줄여"…광주 말바우시장, 설 대목 실종

탄핵 정국에 여객기 사고까지 '소비심리 위축' 상인들 한숨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이 손님들로 북적였다.2025.01.22 ⓒ프레시안(김보현)

"세상 시끄럽고 꼴보기 싫은 일만 생기는데 잔치 하고 싶겠소."

설 명절 연휴를 앞둔 22일 광주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5일장인 북구 말바우시장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명절답지 않게 양손이 가벼웠다.

상인들은 홍어를 썰고 전을 부치면서도 호객행위에 한창이다. 한 수산물 판매점 상인은 "1만원에 대하 15마리, 싸다고 수입산 아니고 여수에서 온 놈"이라며 능숙하게 손님들을 모았다.

방앗간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가득했고 정육점 상인은 전으로 부칠 고기를 썰며 미리 준비한 LA갈비를 진열했다. 동태만 취급하는 한 가게에서는 냉동 동태를 바로 전 부칠 재료용으로 썰어서 판매해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명절 제수용품을 파는 가게보다 수제 어묵가게나 한과 가게가 붐볐다. 가판대에 올려진 각양각색의 어묵과 한과, 옛날 과자 등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상인들은 6일의 긴 설날 연휴를 앞두고 명절 특수를 기대했지만, 손님들의 지갑은 얼어붙은 최근 경기처럼 쉽사리 열리지 않는 모습이다.

말바우 시장을 오가는 방문객들은 상점 여러 곳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흥정도 하며 분주하게 오갔다. 하지만 정작 손에 든 검은색 비닐봉투에 간단한 식료품이나 간식거리 정도만 구매할 뿐 명절 용품을 구매한다거나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이는 보기 힘들었다.

한 60대 여성은 바구니에 올려진 조림용 병어를 구매하려다 "5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22일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 수산물 가게와 정육점이 방문객들로 분주하다.2025.01.22ⓒ프레시안(김보현)

긴 연휴로 오히려 장바구니 규모를 줄였다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

A수산에 방문한 김현숙씨(62·여)는 "연휴가 기니까 가족들이 해외로 가거나 따로 오기도 해서 옛날처럼 한꺼번에 많이 살 필요가 없다"며 "평소처럼 사고 명절 지낼 것들을 조금 더해서 사는 수준으로 장 보러 왔다"고 말했다.

청과에서는 마진을 줄여 5000원에서 1만원대 과일들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진수네 과일가게 주인 조미화씨(50대·여)는 "너무 불경기라 손님들이 구경만 하지 선뜻 과일을 사가는 사람이 정말 없다"며 "명절 분위기를 전혀 못 느끼겠다"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어 "가게들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선물세트도 안 나가서 아에 취급 안 하는 곳이 대다수"라며 "여기는 직접 작업하니 그나마 팔 수 있지, 다른 곳은 엄두도 못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가격을 보면 알겠지만 마진 없이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물건 들여왔으니 일단 팔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가게 뒷편에 트럭에서 과일 박스들을 옮겨 포장하기 시작했다.

▲22일 설 연휴를 앞두고도 한산한 말바우 시장의 한 방앗간.2025.01.22ⓒ프레시안(김보현)

상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설상가상으로 12·3 비상계엄 선포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더 악화됐다고 입을 모았다.

30년째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60대)는 "눈을 씻고 봐도 장사 잘되는 곳이 없다"며 "안 그래도 어려운 판국에 대통령이 그 난리를 치고 계엄에다 무안에서 그 사고까지 났으니 누가 마음 편하게 돈을 쓰겠나"고 토로했다.

이어 "세상 시끄럽고 꼴보기 싫은 일만 계속 생기는데 명절 잔치 하고 싶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20만 3349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비용은 전통시장 이용시 18만 8239원, 대형유통업체 21만 8446원으로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13.8%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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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광주전남취재본부 김보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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