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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라는 '이상행동', 군중의 '폭동'으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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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이라는 '이상행동', 군중의 '폭동'으로…왜?

[분석] 사회학자와 활동가들이 들여다 본 '1.19 서부지법 폭동'

지난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분노한 이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경찰 방패, 소화기 등을 휘둘러 유리문을 부수고, 서버에 물을 붓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경찰과 취재진에게도 무차별 폭력이 가해졌다. 3시간여 지속된 폭동은 현행범 90명이 체포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사상 초유의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무력 장악 시도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벌어진 미증유의 법원 습격 사태에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단순 통치 행위만으로 볼 수 없듯, 서부지법 폭도들의 행위 또한 내란 수괴 혐의자에 대한 과격한 옹호 수준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윤석열 지지자'들을 '폭도'로 만든 것일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윤석열과 그 일당이 신호를 줬다"

1.19 법원 폭동과 관련 가장 중요한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가진 폭력성이다. 미디어사회학자인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군인이 국회에 침입해 유리창을 때려 부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그런 폭력성이 날 것으로 보여진 것이 일종의 방아쇠처럼 신호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결과적으로 윤석열과 그 일당이 신호(signal)를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사회비평가는 "대통령 같은 공인이 정말 중요한 신호를 주는 사람인데, 양극화된 정치 환경 속에서 사회를 아슬아슬하게 묶여 있던 고삐를 내란으로 풀어버렸다. 겨우 묶인 고삐가 풀리면서 폭력과 광기로 흘러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로 법적 절차가 지연되면서 비상계엄 사태 옹호 여론이 서서히 퍼졌고, 결과적으로 과격한 행동이 일어날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있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12.3 비상사태 이후 정파를 초월해 모든 사람이 쇼크를 먹은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윤석열이 내란을 벌였음에도 한 달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 펼쳐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리둥절함에서 벗어나 내부적으로 보수가 결집하고 외부적으로 민주당과 이재명이라는 잠재적 대권후보를 공격하고자 대오를 정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면서 서부지법이 전쟁터가 될 여건이 차근차근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커뮤니티 올라 탄 음모론, 직접행동의 배경으로"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 등 음모론을 꾸준히 설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사법기관을 공격하며 사실상 이 음모론 확산의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극우 유튜버와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음모론을 적극 확산했다. 음모론은 탄핵 반대 여론전의 핵심요소로 작용했다.

<음모론의 시대>(2014, 문학과지성사)의 저자이기도 한 전 교수는 "보수진영에서 폭동, 여론조사 참여, 시위 참여라는 행동이 나타나는 데에 음모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윤 대통령 옹호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음모론적 정치"의 세 가지 특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세 가지 특성은 △ 행동과 지지자 동원 등에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허구적 대의명분의 형성 △ 음모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나를 박해한다는 식의 피해자 지위 착취 △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다.

전 교수는 "음모론으로 대의명분이 확보되고 대통령이 악마들에게 괴롭힘당하는 피해자라는 인식에 사로잡히면, '악마들로부터 대통령과 우리를 지켜야 된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인식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이 점이 시위와 여론조사 참여, 폭동 등 직접행동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신력 있는 자료로는 도저히 증명할 수 없는 음모론적 주장이 보수진영에 확산하는 데는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도 작용했다고 짚었다.

전 교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퍼지는 정보의 특성은 값 싸고 맛있지만 영양적으로 문제 있고 위생적으로 더러운 음식과 같다"며 "접근이 쉽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 볼 수 있지만, 기성 언론이 수행하는 데스킹이나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정보가 흘러 다닌다. 떡볶이를 좋아한다고 떡볶이만 매 끼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한 달만 해도 유튜브 소비가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다들 마찬가지일 것 같다. 유튜브가 이 국면의 여론 형성에서 한동안 평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박 사회비평가도 "원하는 정보만 계속 보면서 반대되는 증거나 정보는 보지 않는 식으로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다 보면, 자기가 하는 생각이 진리라고 확신하게 된다"며 이 점이 극단적 행동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2030 남성, 세월호 폭식 투쟁 등 통해 혐오와 폭력 '연습'해 왔다"

1.19 법원 폭동에 있어 또 하나 주목받는 점은 20~30대가 체포된 현행범의 절반을 넘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의 성별을 밝히지 않았지만, 기록된 영상에 비춰보면 남성이 절대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백골단'을 자처한 이들도 2030 남성이 주축이었다.

고상균 남다른성교육연구소 소장은 2030 남성 일부의 탄핵 반대 여론에 대해 "(정치권의) 지속적인 갈라치기의 결과, 적지 않은 남성 청년이 국민의힘에 상대적으로 온정적 태도를 보이게 됐다"며 "'대통령 권력 찬탈'에 대해 2030 남성이 일부 남성이 자신이 가진 사회적 상실감을 투영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소장은 "'남자답다', '터프하다' 이런 것과 연결된 비뚤어진 남성성으로 인한 폭력성"도 이번 폭동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그렇게 움직일 때 스스로 '멋있다', '영웅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30 여성 다수가 모였을 때 비슷한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연웅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공동대표는 2030 남성 일부의 탄핵 반대 여론과 관련 "전광훈 목사나 신남성연대 같은 곳의 가짜뉴스 전파와 사이버 렉카, 선동을 국민의힘을 비롯한 극우보수가 방치해왔다"며 "이준석의 이대남 호명을 극우가 반복하면서 세를 불리고 정치적 이익을 얻어온 면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런 여론이 폭동까지 번진 데 대해서는 "커뮤니티에서 2030 남성들은 세월호 폭식 투쟁 등 혐오와 젠더 폭력을 '연습'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뒤에서 선동한 정치인들은 밖에서 또 새로운 집단을 만들 텐데, 잡혀간 사람들만 덜덜 떨고 있다. 너무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다만 폭동에까지 나선 이들의 문제를 2030 남성 전체의 문제로 확대하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사회학 연구자인 최태섭 <한국, 남자> 작가는 "법원에 난입한 이를 다 합쳐도 100명 대일 텐데 이들이 2030 남성 전체를 대표하는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소위 '안티 페미'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펨코(fmkorea)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윤석열을 싫어하고 찬동하지 않는다"라며 "광범위하게 남성성의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 사건에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폭동이 벌어진 시간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새벽 3시였다. 현장에 남아있는 고령층이 얼마나 됐겠나. 그것도 담을 넘고 유리창을 부수는 건 격렬한 활동"이라며 "폭동에서는 TPO(Time, Place, Occation)가 굉장히 중요하다. 시위 문화가 폭동으로 제도화된 유럽의 영국, 프랑스 등에서도 폭동 참여자 중에는 젊은이가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내부가 파손돼 있다. ⓒ연합뉴스

"'연결'의 경험이 '탈진실'에 맞선 진지 구축한다"

헌정사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그리고 뒤이은 법원 폭동 사태를 마주한 한국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벌어진 불법 행위를 단죄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소통과 설득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작가는 "폭동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반복되면 사회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경찰과 법원도 강하게 처벌할 것"이라며 "다만 내란 사태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란수괴를 빨리 탄핵하고 빠르게 재판을 진행해 정확하게 처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박 사회비평가는 "극우적 에너지를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저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선악 이분법적 방식, 아니면 '저들을 합리적 이성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계몽적 방식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설득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감이나 돌봄 같은, 좋은 마음과 감정을 어떻게 이성적인 설득으로 나아가는 데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이야기하던 젊은 여성들이 생전 처음 보는 농민들의 남태령 트랙터 시위에 합류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이어지고, 연결(networking)하는 경험을 쌓아나가는 것이 혐오나 극우, 탈진실에 맞설 진지를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시민 교육의 강화를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국 교실에서 12년 동안 교육을 받으면 성숙한 민주주의자가 될까. 잠재적 파시스트가 될까"라며 "과거에 이어져 온 교육은 기본적으로 파쇼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파쇼 교육의 "세 가지 원리"를 "첫째, 이 세계를 무한 경쟁의 세계로 본다. 둘째 끊임없이 우열을 나눈다. 셋째,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지배-복종 관계를 인간의 자연스러운 관계로 여긴다"로 제시한 뒤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일수록, 전교 1등일수록 한국 교육의 정신을 완전히 체화해 완벽한 파시스트가 돼 있다. 이걸 근본적으로 바꿀 때가 됐다"고 밝혔다.

※ <프레시안>은 기사에 담긴 취재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 15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상황.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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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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