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전통문화의 재발견과 현대적 활용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은 전통음악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의 해금 연주자이자 문화예술경영학 박사인 손혜진 씨와 함께 전통음악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손 씨는 전통예술과 현대 문화의 융합을 연구하는 전문가로 칼럼을 통해 전통음악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국악의 현대적 재해석에 대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 편집자주
한국 전통음악, 국악(國樂)이라고 하면 왠지 조금은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는 국악을 더 가까이 느낄 기회를 종종 접하고 있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는 여성국극이라는 생소한 전통음악 장르가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BTS의 슈가는 대취타(大吹打)와 해금(haeguem; 解禁,奚琴)이라는 곡으로 국악과 현대 힙합을 결합해 세계 팬들에게 한국의 전통음악을 소개하며 새로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사례는 국악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현 시대에서 재탄생해 우리의 삶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악은 이렇게 현대와 어우러지기까지 어떤 여정을 걸어왔을까?
한국 전통음악의 뿌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는 주로 제례와 의식에서 연주되던 음악이 중심이었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해 음악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잇는 역할을 하였다. 가야금과 같은 악기는 자연에서 얻은 소리와 인간의 창의성을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후 고려 시대에는 외래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며 아악, 향악, 당악 등으로 음악이 분화되었고, 국가 의식과 민간 음악 모두에서 다양성을 꽃피웠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국악은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이 시기에는 국악의 전성기라 불릴 만큼 궁중음악, 민속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생겨나고 이론과 연주방식이 체계화됐다. 궁중 음악과 양반 계층이 즐기던 음악으로 정악(正樂)이 자리 잡는 동시에 서민들이 즐기는 음악인 민속악(民俗樂)도 활발히 발전했다. 특히 판소리는 음악과 이야기가 결합된 독특한 형태로 조선 후기 문학과 문화의 정수를 담아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판소리의 서사적 특징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한 민족의 삶과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전통음악은 위기를 맞게 된다. 서구 음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국악은 점차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일제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억압하고 일본식 음악을 강요하며 국악의 맥을 끊으려 했다. 이로 인해 전통음악은 고루하고 낡은 것으로 인식되거나 보존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국악은 단절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노력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60년대 이후 국악은 보존과 발전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부 주도로 국가무형문화재 제도가 도입되면서 판소리, 산조와 같은 주요 전통음악 장르가 체계적으로 보호받게 됐으며 국악 공연도 점차 활기를 띠게 되었다. 1980년대에는 퓨전 국악의 등장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결합이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이 시도의 중심에는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내려는 창작자들의 열정이 있었다.
현재 국악계에서는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술가들은 판소리나 산조와 같은 전통적인 장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음악적 해석을 시도하거나 전통 악기를 활용해 현대 대중음악과 융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국악을 현대 대중과 더욱 가까운 곳으로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이러한 작업은 디지털 플랫폼과도 맞물려 국악의 확장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유튜브와 같은 매체에서 전통음악을 접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이를 통해 국악은 새로운 세대와도 연결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국악을 접한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들이 활발히 소비되고 있으며, 대중음악 속에서도 전통 악기와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이는 전통음악이 과거를 보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현대와 미래의 문화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통음악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세계와 소통하려는 도전의 결과물이다. 앞으로 이어질 칼럼에서는 국악의 매력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전통음악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떻게 함께하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국악이 가진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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