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주장해 온 '반도체 산업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주52시간제) 적용 제외' 관련 입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동계가 "한국을 다시 세계 최고 과로국가로 되돌려 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의당 등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대체 몇 번째인가. 민주당이 금투세 폐기, 원전 예산 정부안 합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이어 네 번째 '퇴행'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목록에 노동자들의 저녁을 올릴 생각이라면, 지금 당장 멈추라"고 밝혔다.
단체들은 "일주일 노동시간이 53시간을 넘어서면 뇌심혈관질병 사망 시 산재 승인율이 80%에 육박한다. 60시간이 되면 90% 이상"이라며 "주52시간제는 노동자를 살리고, 가족의 행복을 지키며,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절대적인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이라고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반도체 산업에서 예외 적용되면 곧 다른 산업으로 유행처럼 번지게 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7년 전만 해도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두 번째로 오래 일하는 과로사회였다. 주52시간제로 이제야 다섯 번째까지 내려왔다"며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년에 150시간을 더 일하는 과로사회다.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은 한국을 다시 세계 최고 과로국가로 되돌려 놓겠다는 선언이나 다름 없다"고 했다.
이어 단체들은 민주당을 향해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52시간제를 흔들지 마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갉아먹을 생각하지 마라"며 "연구노동력이 더 필요하다면, 무능한 경영을 한 경영진의 임금을 삭감해서 인력을 추가채용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의 적용 당사자격인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특정 업종이라는 이유로 주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발상은 그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주52시간제를 흔들거나 완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국회는 왜 노동자와 먼저 대화하지 않나. 현장에서 일하는 반도체 노동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정치권이 일방적으로 법 개정부터 서두르는 모습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실제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반도체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기업 보조금 지원 근거 마련 △반도체 연구개발 직군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반도체클러스터 인허가 간소화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 채택했다.
애초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에서 주52시간제 적용 제외를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 조항을 활용한 반도체 산업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방안' 제안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실제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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