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장실습 중 욕설 듣고 투신한 학생, 산재 인정받는 길 열렸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장실습 중 욕설 듣고 투신한 학생, 산재 인정받는 길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요양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현장실습 중 선임에게 욕설을 듣고 자신이 일하던 공장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던 박모 군(당시 18살)에게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관련기사 : [반복된 학생의 죽음 ①] 현장실습 도중 투신한 학생의 이야기 : 대체 누가 현장실습생의 등을 떠밀었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0일 박 군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관련해서 "요양(산재)을 불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손을 들어준 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취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지 않을 경우 박 군은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 박 군은 당시 투신으로 오랜 기간 혼수상태에 빠졌고 온몸에 다발골절 진단을 받았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원고(박 군)는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감, 절망감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이 사건 자해행위(투신)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자해행위 및 그로 인한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군이 현장실습 도중 선임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원고는 아직 어린 학생으로 이 사건 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원료배합을 하다 실수로 회사에 상당한 손실을 입혔다"며 "그로 인해 원고가 그 주장처럼 회사 경영자나 근로자에게 질책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신의 원료배합 실수로 이 사건 회사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 것에 관하여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이후 회사에서는 원고에게 제품 포장, 청소 등 단순한 업무만을 맡겼는데, 이로인해 원고는 상당한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위와 같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학교에 돌아갈 수 없었다"며 "이미 다른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병력 때문에 복교한 바 있었고, 복교 후에는 현장실습을 나가지 못하는 학생이 자신을 포함해 반에서 2명뿐인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원고로서는 담임교사에게 하소연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전화를 받은 담임교사는 원고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는지 생각해 보고, 버티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원고는 극도의 우울감, 절망감에 빠져 이 사건 자해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에게 뇌전증이 있지만 이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고 취업 가능한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원고의 취약요인으로 보더라도 원고가 회사에서 겪은 어려움이 그 취약요인에 겹쳐 원고에게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도록 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 군은 회사에서 원료 배합 실수를 해서 금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극심한 부담감이 있었고, 선임자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들어 심각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행위선택능력이나 인식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정신이상 상태에서 공장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것이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박 군이 박스 포장, 청소 보조 등 단순 업무를 했다는 점, 사고일까지 근무하는 동안 업무 관련 지속적인 질책이나 폭행, 가혹행위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점, 사고 당일 회사 내 선임으로부터 제대로 일을 못한다고 욕설을 듣고 담임교사와 통화한 사실은 확인되나 그 내용이나 정도가 자해행위에 이를 정도의 정신적 압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박 군이 뇌전증을 지속적으로 치료받은 사실 등을 이유로 산업재해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박 군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곡 유승희 변호사는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 유무를 보통은 사회 평균인 기준으로 바라봤는데, 이번 판결은 그러지 않고 18세 학생 기준으로 바라봤다"며 "또한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학교 측에서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점도 이번 판결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