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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 사망' LA 산불, 강풍에 다시 고비…원인은 오락가락하는 기후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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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명 사망' LA 산불, 강풍에 다시 고비…원인은 오락가락하는 기후 '채찍질'

미 기상청, 120km/h 강풍 예보에 새 산불 발화도 우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곳곳에서 일주일째 타오르고 있는 산불이 강풍 예보에 또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사망자가 최소 24명에 이르고 다수의 고급 주택이 피해를 입으며 대규모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발화의 직접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온난화로 인해 극단적 건조 및 습윤 환경 반복이 빈번해지며 산불이 크게 번질 조건이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A 카운티 검시관실에 따르면 12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기준 LA 산불 사망자는 24명으로 이 중 16명이 동부 내륙 알타데나에서 지난 7일 시작된 이튼 산불로 목숨을 잃었다. 다른 8명은 같은 날 서부 해안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팰리세이즈 산불 탓에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타데나의 불탄 지역을 수색 중인 LA 카운티 보안관 로버트 루나는 매일 사람의 유해가 발견되고 있다며 사망자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현재 실종자 수는 최소 23명 이다. 13일 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튼 산불로 1명이 더 숨지면서 사망자 수가 25명으로 늘었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일주일째 타오른 산불로 160제곱킬로미터(㎢ )이상이 불탔다. 캘리포니아 산림화재 보호국(캘파이어)에 따르면 13일 오후 기준 주요 산불인 팰리세이즈 산불이 96㎢ , 이튼 산불이 57㎢ 를 태웠다.

이미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넘는 지역이 잿더미가 됐지만 진압은 더디다. 캘파이어에 따르면 13일 오후 기준 이튼 산불은 33% 진압됐지만 팰리세이즈 산불은 14%만 진압됐다. 북부 실마에서 발생해 3㎢ 가량을 태운 허스트 산불은 97% 진압됐다.

여기에 또 다시 강풍이 예보되며 진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미 국립기상청(NWS)은 LA 및 벤투라 카운티 일부에 14일까지 시속 88~120km의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청은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는 강한 바람이 "진행 중인 화재 진화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새로운 발화 가능성도 높인다"며 이 상황에서 새로운 산불이 발생할 경우 "빠르게 성장하고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기상청 LA 지부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극심한 화재 위험이 수요일(15일)까지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지난주에도 강풍이 불며 산불이 크게 번졌다.

이번 산불로 여전히 10만 명 가까운 주민이 대피 중이다. 미 NPR 방송에 따르면 루나 보안관은 13일 산불로 인해 대피 명령을 받은 주민이 9만2000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고 15만 명이 대피 명령을 받았던 상황에서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이번 주 초 강풍으로 인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피 경고를 받은 주민도 8만9000명에 달한다.

산불로 건물 1만2000여채가 파괴된 데다 헐리우드 배우 등이 거주하는 고급 주택가 또한 피해를 입으며 경제적 손실 규모 또한 "최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날씨 정보 업체 아큐웨더는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500억~2750억 달러(한화 약 365조~40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사업장 파괴 및 복구 비용, 기반시설 피해, 일시적 일자리 및 임금 손실, 건강 회복 비용 등 산불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피해를 포함한 결과다.

아큐웨더 수석 기상학자 조나단 포터는 "허리케인급 강풍이 수백만 달러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휩쓸며 화염을 퍼뜨렸다"며 주택 중간 가격이 2백만달러(20억원)에 이르는 지역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것을 고려할 때 경제적 손실 측면에서 "현대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산불 발화의 직접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송전선, 앞선 산불의 남은 불씨 등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이튼 산불로 집이 파괴된 알타데나의 주민 제레미 거시는 13일 LA 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전력회사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이 발화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시는 다른 주민이 화재가 시작된 지난 7일 오후 6시께 이튼 계곡 송전선 아래서 작은 불꽃이 인 것을 목격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1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주민들이 찍은 이튼 산불의 첫 불꽃 사진 및 영상을 토대로 이튼 협곡 송전탑에 대한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남부캘리포니아에디슨 쪽은 12일 산불 발생 전후 이튼 협곡 송전탑 운영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이상이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12일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새벽 네 시간 만에 진압된 산불이 일었던 곳과 인접한 곳에서 타오른 팰리세이즈 산불의 경우 강풍 탓에 앞선 산불 잔해 속 남은 불씨가 재점화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다만 캘리포니아 지역 산불이 점점 거세지고 빈번해지는 근본 배경엔 기후변화가 자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장기간 가뭄을 겪던 캘리포니아에 2022~2023년 비가 많이 내려 식물이 크게 성장했는데 지난해 가뭄이 다시 와 많은 식물이 바싹 마르면서 산불이 크게 번질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지난 9일 공개된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문기후 변동성' 연구를 소개했는데, 이 연구는 이렇게 극심한 강우와 건조 조건이 번갈아 나타나는 '수문기후 채찍질(hydroclimate whiplash)' 현상이 20세기 중반에 비해 31~66%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며 이러한 채찍질 현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수문기후학은 지구에서 물의 순환과 기후 간 상호 영향에 관한 연구다.

▲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서 일어난 팰리세이드 산불로 인해 대규모의 주택이 파괴된 모습이 공중에서 촬영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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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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