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2차 집행 시도에 대해 '무력' 대응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호처 직원들이 윤 대통령과 경호차장의 '집행 저지' 명령 자체가 위법한 부당 지시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위법한 지시에 불응하면, 그게 항명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며 "더구나 지금 경호처 직원들은 군인이 아니다. 공무원은 아예 항명죄가 없다. 처벌을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공무원 신분인 경호처 직원들의 직무유기와 관련해서는 "법원이 단순한 직무 태만 정도로는 처벌하지 않고 직무의 의식적인 방임 포기, 정말로 확실하게 직무 유기하는 경우만 포기하고 있어서 최소한의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히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구나 그런(영장집행 저지) 지시가 위법하지 않나. 당연히 처벌할 수 없고 직무 태만으로 설사 보더라도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차 교수는 경호처 직원들이 무력 대응을 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돼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무력을 조금이라도 쓰면, 제가 보기에 징역형 집행유예를 절대 취할 수가 없다. 그러면 바로 판결이 확정되는 순간 당연 퇴직돼서 공무원 신분이 날아가 버린다"며 연금 또한 보장받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윤 대통령의 사병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 공채시험 특채시험 붙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무술을 닦으셔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간 것이지 범죄자가 된 대통령에 대해서 내려진 정당한 체포영장을 막아서 중범죄의 현행범이 되려고 간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사병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사병이 아니다"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무력 사용 검토 지시 보도와 관련해 차 교수는 "내란 선동"이자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명령이 아니라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이) 만약에 무기를 갖고 경찰 병력(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병력하고 싸움을 불사하라고 얘기한다면, 12.3 비상계엄 선포 내란죄와 별개의 새로운 내란 선동으로 충분히 검토할 만한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협조를 하라는 말조차도 안 하고 있다. 저는 이것은 또 하나의, 이것 역시 직무유기로 검토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 같다. 무기 사용까지 나오고"라며 "심지어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무력 대응 지시 등은) 자신의 직위에서 할 수 있는 명령이 아니다"라고 했다.
차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치주의를 지킬 경호처 직원의 소극적 불복종을 응원한다"며 '경호처 직원의 부당지시 거부법 6문6답'과 함께 '부당 지시 거부 소명서' 양식을 올렸다.
차 교수는 "경호차장의 체포영장 집행저지 명령은 '공무원행동강령' 제4조 제1항에 따른 부당 지시"이며 "대법원 판례상 위법함이 명백한 지시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 제57조에 따른 복종 의무가 없다는 것은 확고한 법리"라고 했다.
그는 "구두로도 가능하나 증거를 남기려면 서면이 안전하다"며 "영장집행의 저지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정한 "경호"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를 내용으로 하는 소명서 양식을 첨부해 구체적인 지시 거부 방법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날짜, 직급/이름을 적고 서명한 후 일단 촬영하여 그 사진을 증거로 보관한 다음(가족에게 카톡, 메일로도 보내두길 권한다), 경호차장 등 부당 지시를 내린 상급자에게 제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공수처와 경찰의 많은 병력은 경호처가 영장집행을 방해하지 않으면 아무런 실력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수의 공수처, 경찰 인력이 대통령을 안전하게 모시는 점까지 고려하면 십수명 등 최소한의 경호인력만 체포현장에 나가면 되고 나머지 대다수 경호처 직원은 사무실에 머무르며 평소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고도 조언했다.
차 교수는 이날 오후 1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한 뒤 경호처 직원들에게 소명서 양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