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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트라우마에 맞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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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트라우마에 맞서 정신건강을 지키는 방법

[시민건강논평] 사회적 책임 다 하면서도 정신건강 지키려면

내란 수괴 윤석열의 추태가 계속되고 있다. 줄곧 법치를 강조했던 그가 체포 영장에 불복하며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꼴을 차마 눈 뜨고 봐주기 어렵다. 최소한의 염치와 상식도 없는 자가 늘어놓는 궤변에 어이가 없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거친 욕설만 난무하는 극우 집회의 괴기한 광경까지 보노라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내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민주주의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12월 3일 밤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는 모든 시민을 두려움과 공포감에 떨게 만들었다. 특히 과거 국가폭력을 경험했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끄집어내면서 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날 이후 많은 이들이 상당 기간 크고 작은 수면 장애에 시달렸다.

지난 2021년 2월 1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로 미얀마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연구 조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과 불안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군부를 신뢰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우울과 불안을 호소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관련 연구 바로가기).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1981년(2월) 스페인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신생아의 출생 몸무게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내전과 독재 정권 시기에 더 큰 억압을 겪었던 지역일수록 출생 시 체중이 더 적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정치적 불안정에 따른 스트레스가 산모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관련 연구 바로가기).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 내수 침체, 국가 신용등급의 강등 위험 등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기존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내란,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격변은 일종의 '정치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며 우리의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즉, 경제적 피해 뿐 아니라 건강 보장의 측면에서도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다시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 정치적 불의를 외면한 채 그저 사태를 서둘러 봉합해야 한다는 반동적 주장의 근거로 정신건강 문제가 동원돼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하는 필요성을 일깨우는 가치 있는 근거 중의 하나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한데 돌아가는 정세를 보니, 우리는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동시에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일에도 힘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반동 세력의 격렬한 저항이 쉽사리 사그라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폭력에 장기간 노출될수록 우리의 정신건강은 회복 임계치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악화될 위험이 있다.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정치적 참여 역시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각자 가진 통제력의 수준에 맞게 스스로 잘 돌볼 필요가 있다. 만약 불안과 분노, 짜증, 절망감, 불면,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악화되며 정신건강이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라면 흔히 전문가들이 조언하듯이 관련 뉴스 소비를 당분간 줄이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정치 현실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이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신건강에 유익하다고 보기 어려울 듯 하다. 정치적 무관심은 일시적으로 내면의 평온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는 결국 냉소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주체로서 자긍심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건강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된 바는 없지만, 우리를 상호의존적인 관계적 존재로 규정한다면 다른 이들의 생명과 건강, 인권이 위협받을 때 이에 맞서 연대하고 투쟁할 수 있는 상태나 역량 같은 것으로 사회적 건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회적 건강과 괴리된 정신건강이란 바람직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테다.

새해 첫 논평에서 밝혔듯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주체의 의지와 실천적 개입이 중요한 역사적 국면이다. 보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에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 그러한 정치적 주체로 '되어가는 것(becoming)'이야말로 정치적 트라우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올바른 방법이지 않을까.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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