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 국회가 27일 탄핵소추를 의결하면서, 대통령 권한은 헌법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행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에 대해 '권한대행의 대행' 또는 '대행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헌법·법률 규정에 엄밀히 비춰보면 이는 틀린 표현이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에는 이 71조 이외에는 주요 직위에 대한 대행 규정은 없다.
즉 국무위원인 부총리 및 각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것은 헌법에 명문 규정된 사항이다. 만약 우리 헌법이 '대통령 궐위·사고시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만 정하고 그 차순위에 대한 규정을 하지 않았다면 정부조직법 등 하위법을 준용해 부총리 등 국무위원이 '대행의 대행'을 맡게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무위원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에 문언 그대로 적시된 내용이라는 얘기다.
한 총리의 직무정지에 따른 국무총리직의 대행은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돼 있지만, 이는 '권한대행'이 아닌 '직무대행'으로 표현돼 있다.
정부조직법 22조 '국무총리의 직무대행' 조항은 "국무총리가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의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고, 국무총리와 부총리가 모두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명이 있으면 그 지명을 받은 국무위원이, 지명이 없는 경우에는 법26조제1항에 규정된 순서에 따른 국무위원이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같은 헌법·법률 규정에 따르면 최 권한대행의 공식 직함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에 한해서 보면, 그는 '권한대행의 대행'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다.
한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위원'의 탄핵 요건에 대해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가결에도 불구하고 법적·정치적 논쟁이 있는 상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연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는 대통령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26일,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설사 이같은 주장에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힘이나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탄핵소추안 찬성표가 200명 이하이니 한 총리는 계속 출근해 직무를 수행하면 된다'는 주장은 위법 소지가 크다. 권성동 대행은 이날 국회 규탄대회에서 "탄핵소추안 표결 자체가 원천 무효이기 때문에 한 대행은 직을 그대로 유지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심판 등 헌법재판도 재판·소송의 일부라는 점에 비춰보면, 탄핵소추는 소(訴)를 제기하는 한 형태에 해당된다. 국회의 의결은 그 소를 제기하는 과정에서의 형식요건이므로, 만약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는 의결 정족수라는 적법 요건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각하하고, 아닐 경우 본안소송을 진행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같은 각하 또는 본안진행 여부의 결정은 전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문제이지, 이를 피소추자인 한 총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이나 민사재판의 피고가 원고·검사 측의 소 제기에 불법 또는 무효의 소지가 있다고 임의로 재판 자체룰 거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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