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참으로 괴롭다. 나라가 좌우로 갈라지고, 뉴스는 온통 나라님 계엄 후 이야기만 나온다. 고집 센 늙은이를 꼰대라고 칭하는 시대가 되었다. 의미가 지나치게 변질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자비하게 탄핵하는 야당이나 수도 읽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여당이나 똑같이 밉다. 민생은 뒷전이고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예산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국회의원 세비는 항상 오르는 것을 무엇으로 해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국회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했으면 좋겠다. 차기 대권주자들에게 온갖 관심이 쏠리고 동영상 제작자는 계속해서 자극적인 이야기들만 양산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어쩌다가 이렇게 양분되었는가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아픈 정도가 아니라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을 때도 있다.
매일 동영상으로 올라오는 것이 대권주자(?)들의 논쟁이 많다. 알고리즘이 그렇다고 한다. 필자가 몇 번 정치 얘기를 봤더니 계속 그런 것만 올라 온다고 한다. 이제는 한국어 공부만 보아야겠다. 그 많은 동영상 중에서 홍 모 시장과 문 전 대통령의 TV토론 요약한 것이 눈에 들어 왔다. 홍 시장이 사면에 관해 질문을 하는데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그걸 맨입으로 해줬어요?
라고 몇 번을 다그쳐도 문 전 대통령은 빙그레 웃기만 한다. 무슨 의미인지는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하필이면 ‘맨입’이라고 표현하는가 궁금했다. 과거에 정보부 직원이
떡 장사가 콩고물 안 묻히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
고 하던 말이 기억난다. 콩고물과 맨입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이와 같이 우리말은 ‘먹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과거에 먹고 살기 힘든 세월을 보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유추해 본다. “밥은 먹고 다니니?”, “그러다가 밥줄 떨어진다.”, “그 사람 밥 숟가락 놓았다는군.”,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 “다 된 밥에 코 빠트렸다.”, “밥 먹자마자 누우면 소 된다.” 등과 같이 ‘밥’과 관련된 속담도 엄청 많다.
‘맨입’은 ‘맨 + 입’의 형태로 이루어진 말이다. ‘이권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 따위를 받지 않은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을 이르는 말이다.
야, 맨입에 김치만 먹으면 짜서 어쩌니?
와 같이 쓰던 말인데, 요즘은 ‘이권’과 관련된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맨입에 앞 교군 서라 한다.”는 말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앞에서 가마를 메라고 한다’는 말이다. 즉 대가도 없이 힘든 일만 시키는 경우에 이렇게 말한다. ‘맨’은 ‘그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을 더하지 않은’ 의 뜻을 더하는 말이다.
한편 ‘콩고물’은 ‘볶은 콩을 빻아서 만든 가루’인데, 요즘은 ‘어떤 일이나 남에게서 공짜로 생기는 조그마한 이득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되었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기장떡에 콩고물을 묻혀 먹었다.
정치 자금을 걷다 보면 콩고물 좀 떨어지나요?
등과 같이 쓴다.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작은 이득’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맨입에 해 주든지, 콩고물을 묻혀가면서 해 주든지 그런 것은 그들만의 사정이지 백성들이 알 바는 아니다. 민초들은 그저 국태민안(國泰民安)만이 최고의 바람이다. 정권을 잡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하고, 이제는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세계 제일의 문화강국으로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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