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가 가수 이승환 씨의 크리스마스 공연을 취소한 가운데, 음악인들이 취소 결정 철회와 김장호 구미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강백수, 권진원, 김사월, 단편선 등 음악인 2600여 명이 모인 '음악인선언준비모임(음악인선언)'은 23일 '노래를 막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시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예술가의 정치적 견해와 무관하게 예술 행위 자체는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라며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음악인선언은 "더군다나 구미시는 주최측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반대 의견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함으로써 행정이 특정 집단의 항의에 굴복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또한 예술인의 개인적 견해를 이유로 예술 활동을 제한함으로써 문화예술계 전반에 검열과 통제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 이미 계약이 체결되고 티켓 예매가 완료된 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행정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결과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팬들의 마음에도 큰 실망과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음악인선언은 "구미시의 이번 결정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부끄러운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며, 문화예술 검열의 암흑기를 상징하는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라며 "구미시가 이승환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김장호 구미시장은 예술인과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미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승환 씨는 크리스마스인 오는 25일 오후 5시 구미문화예술 대공연장에서 콘서트 '헤븐'을 열 계획이었다. 이에 구미 지역 13개 보수단체가 이 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 19일 구미시청 앞에서 이승환 콘서트 반대 집회를 열었고, 콘서트 당일에도 공연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라며 이승환 콘서트 취소를 통보했다. 이 씨는 지난 23일 인스타그램에서 구미시가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민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고 적힌 서약서에 날인을 요구한 일을 공개하며 날인을 거부해 공연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밝혔다.
한편, 구미시의 이승환 콘서트 취소 결정 뒤 다른 지역의 공연 문의는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다른 글에서 이 씨는 "구미 공연 취소 기사 이후 여러 곳에서 공연 유치 문의가 오고 있다"며 "이에 3월 말로 투어를 끝내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7월까지 헤븐 투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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