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에 나선 노조위원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머리를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짓누른 뒤 뒷수갑을 채운 구속 방식은 과잉진압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22일 광양경찰서장에게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하는 현행범 체포는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수사관을 대상으로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과 진정을 제기한 김만재 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경찰은 포스코와 협력관계인 A제철소의 일방적 노사관계 규탄 및 임금교섭 개선을 목적으로 옥외집회에 나선 김 전 위원장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김 위원장이 안전매트 설치 등을 이유로 농성장에 진입하려는 경찰에게 저항하며 500밀리리터(ml) 생수병에 담긴 물을 뿌렸다는 이유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은 김 전 위원장의 몸과 얼굴을 아스팔트 바닥으로 누르며 뒷수갑을 채웠다. 진압 과정에서 타박상·염좌 등의 부상을 입은 김 전 위원장은 병원에 내원해 주사 처치 및 약물 복용 진단을 받아야 했다. 이에 김 전 위원장은 현행범 체포 및 진압 절차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생수병에 남아있는 물을 뿌리는 수준의 저항 정도에는 수갑 사용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5명 이상의 경찰이 피해자를 에워싸고 넘어진 피해자를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리게 해 얼굴을 바닥에 닿게 짓누르며 뒷목을 제압한 상태로 뒷수갑을 채운 행위는 과도한 물리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가 현장을 지휘하는 경찰관들에게도 수차례 자신이 노조위원장임을 밝히면서 대화하는 내용이 당시 동영상으로 확인된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정당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인권위는 광양경찰서장에게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관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환영하며 경찰이 다시는 이같은 과잉진압에 나서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1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내가 흉악범이나 마약범도 아닌데 바닥에 눕혀 머리를 짓누르면서 수갑을 채운 행위는 명백한 과잉진압"이라며 "경찰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서민과 노동자들을 무모하게 과잉 진압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른 집행을 하도록 바로잡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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