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우리 정치 시간표가 빨리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시간표를 확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시간표가 빨리 정해져야 경제 심리가 안정이 되고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는 9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의 마무리집회에 참석해 "경제 시간표는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 경제를 바로 잡고 민생을 바로잡고 우리 국민들 삶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즉시 퇴진, 즉시 탄핵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배경을 두고 김 지사는 "격려와 지지뿐만 아니라 함께 동참하기 위해서"라며 "시간 나는대로 매일 일에 지장 없는 범위에서 함께 즉시 퇴진, 즉시 탄핵을 관철하기 위해서 같이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승리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위대한 국민의 승리의 날을 맞기 위해 다 함께 힘을 합쳐서 즉시 퇴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국회본청 잔디광장에서 '즉각 탄핵'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 5명을 응원방문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 지사는 불안한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의 퇴진 밖에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금 주식시장에서 불과 3일 만에 외국인이 1조 원을 순매도했고 환율도 1450원대까지 육박했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또 우리 중소기업들 전부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정치 시간표가 빨리 정해져야지 경제 심리가 제대로 안정되고 살아날 것이다. 경제 시간표는 정치 시간표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이후 쉼없이 경제위기 경고해온 김동연 지사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줄곧 강경하게 퇴진과 탄핵을 주장해온 김 지사는 경제위기도 쉼없이 경고해왔다. 이날 김 지사의 촛불집회 발언은 그러한 경고의 연장선이다.
김 지사는 계엄선포 직후인 4일 새벽 1시께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 SNS에 글을 올리며 "윤석열 대통령의 '2시간 쿠데타'가 나라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원화 가치가 급락했고 야간주식과 선물, 코인시장은 곤두박질쳤다. 국제 신용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 단 몇 시간 만에 우리 경제는 크게 요동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나락에 빠진 경제. 혼란에 빠진 사회. 무너져 내린 민주주의.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반문하며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 아닌 '체포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경제 관련해서 단순히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민생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 지사는 4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선제적으로 외국 정상,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 주한대사, 외국의 투자기업들 2400여명에게 '긴급서한'을 발신했다.
이 서한에서 김 지사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상황이 국가차원에서 잘 마무리되어 국민들은 안정을 회복하고 차분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평소와 같이 일상에 임하고 있으며, 경제산업 전 부문이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 회장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시길 바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김 지사의 긴급서한에 클라우스 슈밥 WEF(세계경제포럼) 회장이 답신을 보내왔다는 점이다. 슈밥 회장은 수장으로 있는 WEF는 '세계경제올림픽'으로 불리는 유엔 비정부자문기구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연차총회가 개최되기에 '다보스포럼'이라고도 불린다.
슈밥 회장은 9일 보낸 답신에서 "지난 며칠 동안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들은 매우 우려스러웠지만, (계엄해제)결의안이 평화롭게 이행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사님의 사려 깊은 서한과 경기도와 세계경제포럼의 파트너십에 대한 굳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슈밥 회장은 이어 "세계경제포럼은 한국과 경기도가 국제적인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글로벌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데 필요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제공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시길 바라며, 오는 1월 다보스에서 다시 뵙고 우리의 의미있는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슈밥 회장 서한을 이날 직접 김 지사에게 전달한 이주옥 WEF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WEF는 물론 우리와 협업하는 많은 기업들, 그리고 관계된 분들이 (한국 상황에) 걱정과 궁금증을 가질수 있었는데 지사님께서 굉장히 빨리 (긴급서한으로) 보내주셔서 저희 회장님께서 너무 감사해하셨다”고 전했다.
김동연 "대한민국에서 '경제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은 다르게 돌아가"
답신 관련해서 김 지사는 이주옥 국장에게 "대한민국에서 '경제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은 다르게 돌아간다"며 "빠른 시간 내에 정치적인 일련의 사태가 정리되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여러 가지 혼란이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정비를 해서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WEF를 통해) 한국 경제의 건실한 잠재력이 많이 알려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여파가 경제에도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각국 정상의 방한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 국회의 대통령 탄핵 표결 부결 이후 국내 금융지표는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의 경우, 계엄령 선언 이후 시총 144조 원이 사라졌다. 외신 등은 앞으로 주식은 물론 해외관광객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5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하방 리스크(위험)가 커졌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정치 상황은 풀려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경제에 대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더 큰 악영향을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계엄-탄핵으로 이어지는 정국 속에서 민생과 경제가 외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김 지사가 방치되는 경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로서 경제를 챙기고, 민생을 돌보며, 대외관계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가도록 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김동연 지사의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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