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처음 증시가 열린 9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번 사태가 경제에 미칠 여파가 심상치 않음을 예고했다.
원화 가치 또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2년 2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당국은 외환보유액 '실탄'을 써 원화 가치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7.58(-2.78%) 하락한 2360.58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작년 11월 3일(2351.83)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최저점을 갈아치웠다. 장중 한 때는 2360.18까지 떨어졌다.
개인이 8897억 원어치 순매도세를 보이며 이번 사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기관이 6919억 원 순매수로 장을 떠받쳤으나 하락장을 막지는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5.19%(-34.32포인트) 급락한 627.0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4년 7개월여 만에 최저점이다.
코스닥에서도 개인이 3021억 원어치 순매도세를 보였고 기관은 100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번 증시 급락으로 인해 코스피 시가총액은 1933조 원이 됐다. 윤 대통령 야밤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종가 기준 2046조 원에서 113조 원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344조 원에서 313조 원으로 31조 원 줄어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 합계 144조 원이 윤 대통령 계엄 선포와 탄핵소추안 부결 여파로 인해 증발했다.
국회의 탄핵안 부결 소식으로 이번 정국의 불확실성이 더 짙어지면서 원화 가치도 급락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7.80원 오른 1437.0원을 기록했다. 1440선까지 바짝 다가서면서 지난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날 환율은 1426원선에 개장했으나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이제 1440선을 넘어 1450선까지 바라보게 됐다. 지난 3일 주간 거래 마감 기준 1402.9원이던 환율이 불과 6거래일 만에 30원 가까이 폭등했다. 그만큼 원화가치가 이번 사태로 인해 급락했다.
원화 가치 급락으로 인해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채권시장은 필요시 국고채 긴급 바이백, 한은의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즉시 시행하고 외환시장은 필요시 외화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를 비롯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외환당국 수장들은 지난 3일 이후 7일을 제외한 매일 긴급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그간 이어지던 국내 경제 약세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에 기름을 부으면서 외환보유액 감소세를 더 크게 자극하는 반면, 당국의 기대만큼 원화가치 방어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 달러다. 외환보유액이 4000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이는 2018년 5월 말(3989억8000만 달러) 이후 6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요인에 추가 악재가 되면서 국내 증시 약세를 더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원화 자산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국내 투자 수익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안 그래도 나쁜 국내 내수시장을 더 짓누르는 요인이 된다. 정국 불안정으로 인해 수출 기업이 원화가치 약세만큼의 수출 실적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실물 경기에도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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