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국방부를 방문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 등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장악하지 못한 군을 질책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박 총장은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이 국방부 지휘통제실에 방문한 시점이 언제냐는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 질문에 "(4일) 1시가 넘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군이 국회하나 장악하지 못하고 뭐하냐"는 격노 등을 들은 것이 있냐는 부 의원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대통령은) 지휘통제실 옆에 별도의 방에서 10-15분 정도 머물렀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어떤 말을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질문에 박 총장은 "특별한 말은 안했고 상황을 들었다"며 본인은 대통령에게 별다른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계엄사령관의 연락을 받고 국회에 경찰 병력을 배치해 통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박 총장은 "(3일 오후) 11시 30분 어간에 포고령 1호 내리고 7분 정도 지나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경찰청에 포고령 내려갔다고 알려주고 포고령 1호에 대해 설명해주라고 해서"전화를 했다며 그에 따라 경찰에 병력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포고령을 경찰에 알려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제가 전화번호를 갖고 있지 않아서 장관에게 전화를 달라고 해서 경찰청장에게 전화했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앞서 이날 오전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경찰의 국회 봉쇄와 관련, 박안수 총장으로부터 "국회를 통제해달라"는 직접 요청이 있었는데, "법적 근거가 없어 못 한다"고 했더니 "포고령을 확인해달라"라고 해서 그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총장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으로부터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받았지만 이를 금지시켰다고 진술했다. 그는 해당 무기의 사용을 금지시켰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특수전사령관 전화를 받고 합참차장, 계엄과장 등과 논의했는데 이건 안되겠다고 다시 전화해서 말했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해당 대화 시점이 국회 경내에 군이 투입된 이후라고 전했다.
박 총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현재 한국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헌법상 요건인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냐는 부승찬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부 의원은 합동참모본부에 있는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선포절차가 규정돼 있는데, 계엄 요건을 검토하는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를 했냐고 물었고, 국방부 기획관리관은 "열린 적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부 의원은 "계엄 선포 요건 검토 다음 과정이 국방부 기획관리관이 계엄선포안을 작성하게 돼있다. 작성했냐"고 묻자 기획관리관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성 이후 국무총리를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돼 있는데 대통령 보고 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 했냐는 질문에 기획관리관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비상계엄을 국회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계엄법 제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 지체없이 국회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실제 이런 조치가 이뤄졌냐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의 질문에 김선호 차관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부 의원은 "계엄 실행의 전제는 무너졌고. 국무회의만 한 것"이라며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은 "계엄실무편람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부 의원은 "계엄실무편람은 취사선택하는 것인가? 비상계엄 하는데 선포 요건도 검토 안하나? 그럼 이건 왜 만드나"라며 "지키라고 만드는 것 아닌가. 여기에 본 책자는 헌법 제77조 계엄법, 충무 8000, 계엄기본계획, 전시계엄시행계획, 계엄사령부 운영 예규 등을 근거로 작성됐다고 나와 있다. 이는 최소한 이건 준수하라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박 총장이 상황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총장은 본인이 스스로 불법성이 있는지 진단 받아서 필요하면 전역 지원서 내야 한다. 이건 국군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이건 명령권자 책임이지 수명권자의 책임은 아니다. 각 부대마다 상황일지 있을 건데 이걸 자료로 해서 전후 시간 차 분명히 따져야 할 것"이라며 "그리고 이 문제를 국방부, 각 군 본부가 하기는 곤란하다. (계엄에서 빠져 있던) 합참이 진실 규명 임무 수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역시 "총장이 지금 정상적으로 군을 지휘할 수 있나"라고 말했고 박 총장은 "어제 장관에게 사의 말씀드렸다. 지금 국방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정당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임종득 의원은 "어제 오후에 대통령이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했는데, 국정 마비 상황을 우려했다고 한다. 야당의 조치에 맞선 경고성 조치였다고 했다"며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 소추, 판사 겁박, 검사 탄핵, 국가 예산 단독 삭감 등이 국정 마비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호 차관은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다"며 본인의 의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계엄 시행 과정에서 위법성이 없다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차관은 "전임 국방장관은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고 이야기했다. 그에 대한 진위 여부는 따져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육군소장 출신의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국가의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국회의원들이 의장님의 소집에 의해 의결하고 해제하는 게 맞다고 했을 때 대통령은 바로 해제하고 군인들도 철수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내란죄를 단정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득 의원도 "계엄사령관에 대해 내란죄를 단정적으로 운운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잘못한 것에 대해 책임 져야하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을 포함해 현역 군인들은 군사 반란 혐의가 있기 때문에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 대상이 아니라 군 검찰에서 해야 한다. 관련자들 모두 이병으로 강등시키고 강제전역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수사를 받게 하거나 아니면 군 검찰 수사하게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차관은 "현재 저희 입장에서 법적으로 군사 반란이나 내란죄라고 규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그러한 인식과 우려를 알고 있다. 관련 내용에 대한 국수본 수사 진행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수사 과정에서 직무 수행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국수본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일보>에 "야당의 도피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외로 출국할 계획이 없다. 정치 선동"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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