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했지만,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에 펼쳐진 '계엄 정국'의 후과는 윤 대통령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이번 계엄 사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계엄사령부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출판 통제를 골자로 한 포고령이 실제로 눈앞에 전개됐다. 국회 상공에 헬기가 뜨고 무장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해 몸싸움을 벌인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서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계엄 선포 이유를 들었다. 야당을 향해선 예산안 감액, 고위급 관료에 대한 탄핵 추진을 빌미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6분 가량 이어진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 등 거친 언사를 쉴새 없이 쏟아냈다.
헌법 제 77조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시·사변으로 볼만한 사정이 없어 '공공의 안녕질서'에서 계엄 명목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의 법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안녕을 실질적으로 위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계엄법 2조 5항에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된 '사전 국무회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았는지도 분명치 않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건의했다는 설명이지만,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되는 구조상, 다수의 장관들이 기습적인 심야 계엄에 선뜻 동의했으리라는 관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 대통령은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도 야당에 대한 분노를 거두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해줄 것을 국회 요구한다"고 반격했다.
계엄을 선포한 배경도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라고 미화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의심을 사는 아전인수식 계엄에 여야가 공히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조기 탄핵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참여하는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는 "각 당이 신속히 협의해 오늘 중으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과 해제 과정을 눈 감지 않을 태세다. 한동훈 대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진 전말에 대해 상세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계엄 선포의 절차적 위법성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해명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즉각 해임도 요구하며 날을 세웠다.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의 예외인 내란죄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계엄을 해제한다고 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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