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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16살 미만 SNS 금지법 통과…"괴롭힘 방지 vs 고립 심화" 논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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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16살 미만 SNS 금지법 통과…"괴롭힘 방지 vs 고립 심화" 논쟁 계속

온라인 괴롭힘 뒤 아동 연이은 자살로 경각심 커져…고립 청소년 온라인 통한 도움 차단 우려도

온라인 괴롭힘으로 아동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은 호주에서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시행 방법과 더불어 전면 금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요청해 온 아동의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AP> 통신 등을 보면 지난 21일 의회에 제출된 해당 법안은 일주일 만에 양원을 빠르게 통과했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시범 시행을 시작해 1년 뒤 발효될 예정이며, 발효 뒤엔 16살 미만 미성년자들의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이용이 전면 금지된다. 도입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 연령대 아동·청소년의 플랫폼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마련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최대 약 500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규정을 위반하는 아동·청소년이나 부모에 대한 처벌은 없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 건강 및 교육 지원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이용을 위해 로그인을 요구하지 않는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는 이 법에서 정한 이용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안이 신속히 통과된 배경엔 호주인들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호주인 77%가 이 법 도입에 찬성했다. 또 87%는 이 법을 포함해 소셜미디어 기업이 호주 이용자들의 안전 보장 조치를 규정한 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더 무거운 처벌을 도입하는 것에 찬성했다.

호주에선 최근 온라인 괴롭힘으로 아동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지며 관련 경각심이 크게 치솟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괴롭힘으로 지난 9월 시드니에서 학교를 다니던 12살 소녀 샬럿 오브라이언이, 지난달엔 브리즈번의 한 학교에 재학 중이던 12살 소녀 엘라 캐틀리크로포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엘라의 가족은 온라인에 올린 추모 기금 모금을 위한 글에서 "소셜미디어 괴롭힘은 실재한다"며 위험성을 강조한 바 있다. 샬럿의 부모는 샬럿이 유서에서 자신의 사례를 알려 경각심을 키워주길 요청했다며 정치권에 소셜미디어 이용 연령 제한을 적극 요구해 왔다.

미성년자에 대한 소셜미디어 내 성적 학대, 괴롭힘 등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며 각국에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과된 호주의 법안은 관련해 현재까지 나온 가장 강력한 규제에 속한다. 프랑스에선 지난해 15살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 때 부모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이 통과됐고 독일에선 플랫폼에 따라 13~16살 사이 이용자에게 부모의 동의를 요구한다. 영국에선 지난해 소셜미디어 기업이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 극단적 성폭력, 테러 등과 관련된 유해 콘텐츠를 막도록 하는 온라인안전법이 도입됐다.

미국에선 지난 6월 비벡 머시 의무총감이 소셜미디어가 젊은층의 정신건강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담배처럼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 CNN 방송을 보면 호주 임상 심리학자 다니엘 아인슈타인은 소셜미디어가 대면 상호작용을 대체해 아이들이 소통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게 하기 때문에 금지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내부에선 아이들의 작은 실수가 "갑자기 모두에게 전달된다"며 아이들에게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많은 소셜미디어 괴롭힘이 학교 폭력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학교가 사실상 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BC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대 임상심리학과장 캐롤라인 헌트는 통상 괴롭힘은 반복된 공격적 행동을 통해 성립하지만 온라인 괴롭힘은 "단 하나의 괴롭힘 게시물이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또래 집단에 퍼짐으로써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퍼진 온라인 게시물은 오래 남아 대면 괴롭힘보다 "훨씬 더 지속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지 조치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구하는 고립된 아이들을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BC에 따르면 호주 청소년 정신 건강 지원을 위한 비영리기구 헤드스페이스의 니콜 팔프리는 소셜미디어의 해악과 특히 외딴 지역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을 통한 "도움 구하기" 및 소통의 이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호주 청소년 괴롭힘 방지 단체 프로젝트 로킷의 공동 창립자 루시 토마스도 심리학자 및 부모들이 제기하는 소셜미디어의 해악이 "타당하다"면서도 "우리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들의 권리를 되돌리고 그들을 더 고립되고 지원이 적은 곳으로 밀어낼 위험이 있다"고 걱정했다.

법안의 실행 방법도 분명치 않은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법안이 소셜미디어 기업에 16살 미만 이용자를 차단할 조치를 마련하라고 했지만 그 조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신분 확인에 사용되는 운전면허증이나 신용카드도 소지하고 있지 않다. 신체 촬영 이미지를 통한 연령 추정, 이메일 주소를 다른 계정과 교차 확인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지만 개인 정보 침해 우려도 함께 제기되는 중이다.

소셜미디어 업체들도 법안 통과에 반발했다. ABC에 따르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성명을 통해 "호주 의회가 결정한 법안을 존중한다"면서도 호주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소셜미디어가 미치는 영향 관련 "증거가 부족"한 상태로 법안이 "서둘러"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메타는 소셜미디어 업체가 법안 시행을 위한 조치 마련을 요구 받는 상황에서 "운영 체제와 앱스토어 수준에서의 연령 확인"을 제안하기도 했다.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 대변인도 "호주의 모든 법과 규정을 준수한다"면서도 "우린 이 법안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 왔다"며 "이 법이 실제로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수많은 답이 없는 질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ABC는 제이슨 클레어 호주 교육장관이 법안 통과 뒤 현지 방송에 금지 조치가 "완벽할 순 없다"며 "(주류 판매가 금지된) 18살 미만 청소년이 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조치도 16살 미만 모든 아동이 틱톡에 접속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법안이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할 것이고 이는 부모들의 압박을 덜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29일(현지시간) 호주 국기를 배경으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앱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 있다. 28일 호주 의회에서 16살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 전면 금지법이 통과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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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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