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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저격수·VIP 첫 소송 정덕 도박피해자모임 대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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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저격수·VIP 첫 소송 정덕 도박피해자모임 대표 별세

IMF당시 ‘MBC성공시대’ 주인공, 카지노서 360억 탕진 후 추락

카지노 VIP룸에서 수백억원을 탕진한 뒤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던 도박피해자모임 정덕 대표의 사망소식이 뒤늦게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9일 전국도박피해자모임인 세잎클로버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15년 넘게 도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모임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정덕(78)씨가 지난 9월 20일 별세했다고 전했다.

▲정덕 전 세잎클로버 대표가 2018년 8월 28일 태백시청 브리핑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청와대에 제출한 탄원서를 보여주고 있다. ⓒ프레시안

그는 MBC에서 지난 1997년 11월 23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MBC 성공시대’ 프로그램에 피혁제품 제조업으로 성공한 중견기업 대표로 1998년 2월 10번째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던 사업가였다.

MBC성공시대는 정주영(1회),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2회)을 시작으로 김운용 IOC위원, 박세리 선수까지 출연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며 4년간 방영됐다.

그는 2011년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를 통해 “나는 우리나라가 IMF위기에 내몰린 1998년 2월 1일 MBC-TV ‘성공시대’ 프로에 나가는 영광을 누렸다”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구로공단을 시찰할 때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고 회고했다.

인생에서 최고의 시절을 호령하던 그가 카지노에 전 재산을 탕진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후배 국회의원이 강원랜드 바자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 때문이었다.

그는 저서에서 “공교롭게도 카지노가 있는 호텔에서 숙박한 것이 도박의 덫에 걸리게 된 동기였다”며 “그날 이후 가끔 강원랜드를 방문하면 극진하게 대접했고 이후 나의 운명은 격랑처럼 흔들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2003년 4월 13일부터 2006년 11월 28일까지 333회에 걸쳐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360억원을 탕진했고 이후 강원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강원랜드에게 20%, 2심에서는 15%의 책임을 물었지만 대법원은 파기환송 했다.

1심 판결이후 강원랜드 VIP고객들의 소송이 줄을 이을 정도로 이 판결은 세인의 주목을 받았고 언론인터뷰가 쇄도했지만 대법원은 모든 책임을 당사자인 정 대표에게 물렸다. 이후 그의 인생관도 달라진다.

정 대표는 소송과정에서 알게 된 대학교수, 종교인 등을 통해 도박피해자모임활동에 적극 나서 세잎클로버(전국도박피해자모임) 공동대표를 맡아 ‘안티 강원랜드’활동으로 ‘강원랜드 저격수’를 자청했다.

10년 이상 취재진과 만남을 가져온 정 대표는 “강원랜드 VIP룸의 병정을 통한 대리베팅이라는 불법행위를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은 납득불가”라며 “도박피해구제활동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그 흔한 고스톱 한 번 해본 적 없이 성실히 사업에만 매진해 왔던 내가 살아서 생지옥을 경험했다”며 “내 영혼이 끝없는 나락에 빠진 것 같은 절망과 수치심, 우울증으로 자살도 기도했다”고 자학했다.

그는 저서에서 “카지노에서 돈만 날린 것이 아니라 평생 쌓아온 명예, 인관관계를 바탕으로 한 신뢰와 존경 그리고 가정의 행복과 미래까지 모든 것을 잃었다”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진실을 밝히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도박중독에 빠져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던 사실을 처절하게 반성했다.

그는 책에서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나는 2006년 4월 사랑하는 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당시 나는 분명히 미쳤거나 미쳐가고 있는 중이었다”고 토로했다.

▲정덕 전 대표가 2011년 출간한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표지. ⓒ프레시안

강원랜드 인근에서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대표를 맡고 있는 방은근 목사는 “세잎클로버 정덕 대표는 도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열성적으로 헌신해온 분”이라며 “늦었지만 애도를 표하며 도박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1, 2심에서 정덕 대표를 대리해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과 강원랜드의 책임소재를 치열하게 다퉜던 정해원 변호사는 “정 대표의 별세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한편 정 대표는 2011년 '강원랜드를 말한다'는 부제로 출간한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저서를 통해 강원랜드 VIP룸의 불법영업과 문제점을 비롯해 강원랜드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 등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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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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