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외국어와 외래어를 구별하지 못한다. 구별하지 못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말에는 외래어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에 없는 단어를 외국어를 차용하여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외국어와 외래어는 차이가 있다. 흔히 “Good morning.”이라고 하면 외국어이고, ‘텔레비전’, ‘컴퓨터’와 같이 외국어를 그대로 우리말에 차용해서 쓰면 외래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외래어는 단어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요즘은 영어가 외래어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과거에는 한자어가 대세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군이라는 말도 원래는 외래어였다. 당고르(뎅기르>당고르>당골>단골>단군)에서 유래한 것으로 처음에는 천신 혹은 신의 개념이었다.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이나 주변의 많은 나라에서 당골, 단군, 당고르, 탕헤르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어원은 모두 ‘Tengri’에서 왔다. 그러므로 지금은 완전한 우리말이 되었지만 과거에는 한반도 주변의 많은 부족들이 사용하던 단어였다.
오늘은 우리말인 줄 알고 있는 한자어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말인 줄 알고 있는 것이 ‘죽’이다. 한자로는 粥이다.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를 무르게 만든 음식”을 말한다. 과거에는 시장에나 가야 죽집이 있었지만 요즘은 여기저기 많이 볼 수 있다.자전을 찾아보면 ‘미음 죽’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미음’이다. 그러나 현대인 중에 ‘미음’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음으로 다홍색이 한자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원래는 한자로 大紅(대홍)이라고 쓴다. 그런데 대홍(大紅)의 중국식 발음이 ‘따~훙’에 가깝게 발음하다 보니, 우리말에서 그대로 차용하여 ‘다홍’색이 된 것이다. “짙으면서 산뜻한 붉은 빛깔, 빨강에 노랑이 약간 섞인 산뜻하게 짙은 붉은 빛”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정훈(1911 〜1992)의 <동백>이라는 시가 있다. “ 백설이 눈부신 / 하늘 한 모서리 /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 차가울사록 / 사모치는 정화 / 그 뉘를 사모하기에 / 이 깊은 겨울에 / 애태워 피는가”라는 이 시에서 다홍색의 진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동백꽃의 짙붉은 색이 다홍색인데, 원래는 大紅色(대홍색)이었던 것이다.
영어인 줄 알고 있는 한자어도 있다.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토시(추위를 막기 위해 팔뚝에 끼는 것)’가 그것이다. 여름에 팔뚝이 검게 탈까 하여 끼는 것이 대세로 되었다. 어린 시절 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때 아주 요긴한 것이 토시였다. 토끼를 잡아서 그 털가죽으로 만들면 최고였고, 토끼 가죽을 구하지 못한 친구들은 헝겊에 솜을 넣어서 만들었다. 추운 시골길에는 토시가 정말 따듯하고 좋았다. 그것도 없는 친구들은 두꺼운 벙어리 장갑으로 대신했지만 추위를 이기기에는 토시를 당하지 못했다. 토시는 한자로 투수(套袖 :덮을 투, 옷소매 수)라고 쓴다. 이것도 중국식 발음이 ‘토시’에 가깝기에 그대로 우리말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중국어였는데 그 발음을 그대로 우리말에 적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외래어지만 이제는 완전히 우리말이 된 것들이다.
외래어는 정말 다양하게 차용되어 왔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어가 우리말에 많이 들어왔다고 하는데, 사실은 우리 신라말이나 백제어가 일본어에 영향을 준 것이 더 많다. <만엽집>(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일본의 가집, 신라의 향가체 글자로 지은 것이 특징이다.)에 등장하는 글자도 향가에 비롯된 우리말이고, 일본의 고어가 대부분 우리말로 되었다는 것은 이미 정설로 되었다. 언어는 이웃나라와 공유할 수밖에 없다. 영향을 주고받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시대에 맞게 바르게 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한국어가 세계 7대 언어가 된 만큼 세계를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언어생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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