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정부에 2025년 의대 모집 중지를 촉구했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추진에 맞서 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료대란 해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야의정 협의체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의대생이 참여해 출범한 의협 비대위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비대위 1차 회의 브리핑에서 △2025년 의대 모집 중지 촉구, △의대증원 정책 등에 대한 전공의·의대생 입장 적극 지지, △의사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 의료농단' 저지 투쟁 등 세 가지 사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의대 모집 중지 요구에 대해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 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의대증원 철회 등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요구사항은 "의학교육과 수련환경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브리핑 뒤 질의응답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현재 정부·여당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참여해 운영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서는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일정한 수의 위원이 동의를 해야 하는데 한 분도 그런(협의체 참여) 의견을 말한 분이 없다. 논의 자체가 안 됐다"고 선을 그었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단체들이 비대위에 합류하지 않은 것이 의료대란 해결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과 관련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할 거라 판단된다. 이제 전 의료계 직역이 하나로 모인 비대위를 구성했으니까 무거운 짐을 벗고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도) 거기(협의체)에서 나오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두 번의 전체회의와 두 번의 소위원회를 열고 의료대란 해결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했다. 3차 전체회의는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다.
한편, 이날 비대위 의결사항에 대해서는 비대위원 15명 중 6명을 차지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주당 88시간 혹사당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협과 거리를 두다 하나로 모여 회의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여러 직역이 투쟁 방안을 내면 비대위가 전체를 아우를 것"이라고 답했다.
의대 모집 중지도 의협 비대위에 비대위원으로 참여 중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지난 19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존 정원보다) 1000명만 늘어나도 교육이 불가능하다. 앞으로의 대한민국 의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모집 정지가 그나마 가장 최선의 수"라고 강조했던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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