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 세계 기후악당 1위 국가에 오르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국제환경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19일(현지시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오늘의 화석상' 1위로 한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후행동네트워크는 세계 150개국의 2000여 개 환경단체가 모인 기구로, 1999년 이후 매년 기후협상을 늦춘 국가를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처음 3위로 수상국 명단에 올랐으며 1년 만에 1위에 선정돼 세계 최고의 기후악당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케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는 "현재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상 중인 37개국 가운데 30개국은 이미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동참했다는데 오늘의 수상자(한국)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면서 "BTS나 삼성, 삼겹살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화석연료에 투입한 공공금융 규모(약 14조2200억 원)가 캐나다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 수출금융 제한을 논의 중인 데 반해 한국은 이같은 흐름을 거슬러 가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월 OECD는 '무제한 석탄화력발전소 자금조달 금지 조치'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에 협약 참가국 대부분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공정한 경쟁을 우려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을 비판하는 국제 환경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OECD 정례회의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 모인 환경단체 '스톱 토탈'은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에너지스가 주도하는 모잠비크 액화가스(LNG) 사업에 한국 수출입은행이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하기 위해 (비판에) 동참했다"면서 "한국 정부가 더 이상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을 제공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에서 열린 항의 기자회견에서 양연호 그린피스 활동가는 "정부가 OECD 협상에서 액화가스(LN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중단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은 메탄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과 책임을 외면하고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행위"라면서 "정부는 가스 중독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자세로 탈 화석연료를 향한 국제 협력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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