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했더니 권력의 몽둥이가 돼서 민중을 향해 휘두르는 행태를 반드시 뜯어고치도록 하겠다"며 지난 주말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강경대응을 한 경찰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올렸다. 이 대표는 특히 "이번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점을 명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예산심사에서 경찰 예산 문제의 쟁점화를 예고했다. 그는 앞서 지난 11일 "19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폭력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경찰을 '백골단'에 비유해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이런 일들이 대체 21세기 대한민국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언성을 높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경찰에 매우 우호적 태도로 정책적 지원을 해왔지만, 지금은 권력을 호위하느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너무 많이 벌인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이같은 경찰의 행태를 반영하겠다고 경고했다.
국회 예결특위는 이날 경찰청을 포함한 비(非)경제부처 예산심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야당 행안위원들은 지난 11일 행안위 전체회의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집회 강경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조 청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경비국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경찰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무감각하고,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정당한 주권 행사를 무력으로 억압하는 행태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회 현장에 수만 명 경찰을 동원해 군중을 압박하는 경찰이 2년 전 이태원 그 복잡한 현장에는 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나"라며 "집회를 통제하고 압박하는 것을 보면 이태원 군중 밀집도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11일 기재부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전반기 경제성과' 보도자료 등 정부의 경제상황 및 성과 인식에 대해 "상처에 소금 뿌린다는 말을 우리가 염장지른다고 한다. 이게 딱 염장지르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힘든데 자꾸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상황 개선은커녕 점점 악화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어떤 상황이 어려울 때 그 상황 자체도 문제지만 그 상황을 모면하겠다고 또 사고치는 건 정말 해선 안될 일"이라며 "국민들이 경제가, 민생 현장 살림이 어려워 정말 힘겨운데 '경제가 아주 좋다', '국가 신용등급이 어쩌고' 소리를 하면 정말 힘든데 화나지 않나"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도 여당도 실수할 수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 실수를 인정하고, 성찰하고 사과하면 된다"며 "그런데 그거 모면하겠다고 또 거짓말하고, 국민 속이고 능멸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일 그만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회의에서 "그동안 정부 정책, 특히 세제정책은 봉급생활자들을 소외해왔다"며 불공평한 조세 제도 개선을 위한 '유리지갑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월급쟁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로 했다"며 "기업들이나 초부자 감세를 많이 했는데 봉급생활자들은 사실상 증세를 당해왔다", "실질적으로 매우 불공평하고 부당한 정책상황"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최근 이 대표 주도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당론을 정했고 종합부동산세·상속세 등 문제에도 '우클릭'을 거듭해왔다.
이 대표는 "물가가 상승하는 데 따라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고 명목임금만 올라도 과표가 고정돼 있다 보니 실질적으론 증세를 강제당하는 결과가 됐다. 그래서 직장인들을 '유리지갑'이라고 부르게 됐다"며 "민주당은 '유리지갑'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발굴해 나가고 시행하기로 했다. 유리지갑 프로젝트 담당팀을 구성하고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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