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종전에 속도 내는 이유는 취임식 때문? "긴장 속 취임 원치 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러시아 영향권 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 통화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소식통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 통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측의 통화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이 플로리다에 있는 리조트에서 통화를 가졌는데, 푸틴 대통령에게 유럽에는 상당한 숫자의 미군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키지 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양측이 통화에서 평화 목표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빠른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논의하기 위한 후속 대화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시 끝낼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러시아가 일부 점령지를 유지하는 협상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번 통화에서도 영토 문제를 잠시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통화에 대해 러시아 측은 처음에는 사실 확인을 하지 않았다. 신문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신문의 논평 요청에 즉시 응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 채널 <로시야>와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가 어떻게 모든 것을 거래로 바라보고 있는지, 모든 당사자를 평화로 이끌기 위해 어떤 거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적어도 그는 적대감 속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하려는 의도가 아닌,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바이든과 해리스의 전략은 예측 가능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는 예측 가능성이 낮고, 트럼프가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한 발언을 어느 정도까지 고수할지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 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페스코프 대변인이 "이는 때때로 상당히 평판이 좋은 매체에서도 정보의 질이 어떤지 보여주는 예"라면서 "이는 완전히 사실이 아닌 허구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양측 간 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통화에 대해 알고 있었던 전해졌다. 신문은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푸틴과 트럼프 통화에 대해 통보를 받았으며 대화가 진행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두 소식통이 밝혔다"며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트럼프가 전쟁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푸틴과 협력할 것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이해해 왔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6일 통화를 가진 바 있다. 당시 통화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신문에 "양측의 통화는 우호적이었지만 우크라이나 관료들이 트럼프 집권이 전쟁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불안해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와 트럼프 선거 캠프 측은 지난 9월 젤렌스키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의 탄약 공장을 방문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인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비롯해 민주당 정치인들과 155mm 포탄을 생산 중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했는데, 대선 최대 경합주 방문을 두고 공화당 측은 해외 인사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과 트럼프 측 인사들은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인 옥사나 마르카로바를 해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 우크라이나의 한 관료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재 마르카로바 대사를 대신할 후보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1월 전에 해결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푸틴의 통화에 정통한 한 전직 미국 관료는 트럼프가 러시아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위기가 촉발되는 상태로 취임하길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트럼프에게) 전쟁 악화를 막고 싶은 동기를 부여한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인은 70개 국이 넘는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가졌는데, 이 과정에서 미 국무부나 정부 통역관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아직 정권 인수를 위한 표준 절차인 행정총무청과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과 보좌관들은 첫 임기 동안 대통령 통화 녹취록이 유출된 이후 직업 정부 관료들을 불신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통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신문에 "그들(해외 정상들)은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