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한국일보 소속 기자가 사측을 상대로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회사 안팎의 비판에도 사측이 요지부동 자세를 취하자, 사측 행위가 차별에 해당하는지 국가기관에 판단을 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에 따르면, 한국일보 A 기자는 지난 5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A 기자는 지난 7월 사내 외부기관 해외연수 추천 대상자 선발 면접 도중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이 많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탈락 통보를 받았다.(☞관련기사 : 시대 역행 '미스코리아 대회' 고집하는 한국일보, 이유 들어보니…)
이에 한국일보 기자 107명은 지난 9월 23일 "참담함을 느낀다"며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간 한국일보는 기사와 오피니언 칼럼에서 시대착오적인 기업의 육아휴직 사용자 차별을 꾸짖었다. 이같은 보도에 한국일보는 떳떳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면접 심사와 탈락 통보 과정에서 육아휴직을 주요 결격 사유로 공공연히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분명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은 그러나 지난달 2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에 논란이 된 육아휴직은 해당 기자를 선발하지 않은 사유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며 "과거 커리어와 연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은 1년 연수를 떠나기보다는 현업을 이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회사는 판단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부장급 역할을 하기 위해 현재 역량을 강화해야 함'을 논하는 차원에서 업무공백이 언급된 적이 있으나, 그 맥락과 배경, 즉 전체 커리어와 연수 후 인사 등을 설명하기 위함이었음을 이해해주기 바란다"며 면접 당시 '업무 공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기존 결정을 철회하는 대신 이같은 입장문을 낸 사측에 대해 한국일보 구성원들은 더욱 분개했다. 결국 A 기자는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105명의 동료들이 쓴 탄원서도 함께 냈다. 탄원서에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한국일보사 및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룸국장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주시길 요청한다",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지 않도록 꼭 엄중한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바란다"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일보지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A 기자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유환구 한국일보지부장은 7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진정인을 노조로 하고 싶었는데 개인 명의로만 가능하다고 해서 당사자 명의로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대신 노조가 뜻을 함께한다는 취지에서 비용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지부장은 "사측이 처음부터 워낙 강하게 나와서 진정을 내는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서로 잘 이야기해서 푸는 것일 텐데 이렇게 국가기관의 판단까지 구하게 된 상황은 안타깝다"고 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평등고용법)은 19조 3항을 통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