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머리가 짧으니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폭행한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지난 가운데, 피해자가 국회를 찾아 "여성테러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진주 편의점 폭행 사건 피해자 온지구(활동명) 씨는 4일 여성의당이 서울 영등포 국회의사당 앞에서 주최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우리가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한 피해자들은 또다시 몇 번이고 절망에 놓일 것"이라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회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온지구씨는 "사건이 일어난 지 오늘로 정확히 1년이 됐다. 지난 한 해는 내게 억겁의 시간과 같았다"며 "건강 악화로 긴 시간 통원치료를 받고 있고, 보청기는 삶의 일부가 됐으며 여전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어 생계가 곤란한 처지다. 이는 가해자가 징역 3년형을 치르고 출소할 때가 돼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며 죽었다 깨어나도 통감하지 못할 고통"이라고 현황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4일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중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남성 A 씨에 의해 폭행당했다. 온지구씨는 이로 인해 왼쪽 귀에 청력을 잃어 평생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며, A 씨를 말리다 함께 폭행당한 50대 남성 B 씨도 골절상 등 부상을 입고 일자리를 잃었다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지정됐다.
지난달 창원지법 형사1부(이주연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편견에 기반해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를 갖고 있다"며 검사와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는 여성혐오를 비난받을 만한 범행 동기로 인정한 국내 첫 사례다.
2심 판결에 대해 온지구씨는 "이 사건을 여성혐오에 기인한 범죄로 판시해 다행"이라면서도 "이러한 여성테러 범죄가 재발하면 피해자들은 법제도 안에서 여전히 보호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현행 법체계에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범죄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성폭력에 대한 통계 구축과 피해자 지원의 근거가 되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신체적·정신적 안녕과 안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성 대상 테러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여성폭력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에 비해 통계자료 수집도 피해자 지원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외의 경우 여성혐오에 근거한 범죄 중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추세다. 2022년 UN통계위원회는 '페미사이드(여성살해) 통계 수집을 위한 국제통계 프레임워크(틀)'를 국제표준으로 최종 승인하고 '가해 측의 여성에 대한 특정한 편견 때문에 표적이 된 경우'를 페미사이드의 유형 중 하나로 규정했다. 또한 지난 8월 영국 내무부는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이슬람 성전주의나 극우 극단주의 등과 같은 선상의 테러로 놓고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온지구 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이경하 변호사(이경하 법률사무소)는 "현재 여성혐오 범죄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포함되지 않아 일반 폭력범죄로 분류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각지대가 발생해 피해자들이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는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를 법률상 여성폭력범죄로 명시하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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