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성범죄를 만드는 건 서울여대. 이제라도 뿌리 뽑아 대학 명예회복하라! 서울여대는 당신들의 룸살롱이 아니다. 안전하게 학습할 학생 권리 보장하라!"
제자를 성추행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교수가 가해 사실을 다른 학생들에게 알린 제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교내에 반복되는 성범죄를 뿌리 뽑고자 학생들이 들고 나섰다.
30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학생누리관 앞에 모인 300여 명의 학생들은 "서울여대에 성범죄자 교수 자리는 없다"며 제자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은 독어독문학과 A 교수를 비롯해 권력형 성범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것을 학교 본부에 요구했다.
집회를 주최한 서울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무소의 뿔'의 설명에 따르면, 수년간 제자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온 A 교수는 지난해 피해 학생으로부터 신고를 당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서울여대 학생들은 제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강의를 계속하는 A 교수와 그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린 학교 본부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부착했다. 그러자 A 교수는 대자보를 부착한 학생 중 한 명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학생들은 A 교수 이외에도 수많은 교수들이 학생, 시간강사, 조교, 후배 교수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아 왔다고 비판했다. 중어중문학과 B 교수는 속옷 차림으로 후배를 부르거나 전공 수업에서 성적인 발언을 일삼았으며, 디지털미디어학과 C 교수는 성범죄를 모의하던 웹사이트 '소라넷'에서 활동한 후기를 공유하거나 "사진 찍으면 (피사체의) 나체가 보이는 앱이 나오면 나오면 대박 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일삼아왔다는 게 학생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이들은 여성 인권을 위해 설립된 여대에서조차 성범죄가 반복되는 현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졸업생 D 씨는 "억압받던 여성들을 위한 교육기관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가 강의한다는 게 2024년 서울여대의 기독교 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성신여대 학생 E 씨도 "여성 인재 양성이란 이념 아래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할 학교가 기본적인 여성 인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학생들은 성범죄 가해 교수들과 이들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교 본부를 규탄하며 재발방지 대책이 세워질 때까지 싸움을 이어갈 예정이다. A 교수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학생 F 씨는 대독을 통해 "어떤 결과로 끝을 맺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두려움보다 기개를 높이며 움츠러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고소를 당한 학생 G 씨 또한 "내 곁에는 수십, 수백, 수천 명의 학우들이 있다. 끝까지 학교를 바꾸고 졸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교본부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련의 (성범죄) 사태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A 교수가 G 씨를 고소한 건에 대해서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잘 해결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구체적인 물음에는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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