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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이스라엘…가자 북부 150명 몰린 주택, 새벽 폭격으로 9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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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비한 이스라엘…가자 북부 150명 몰린 주택, 새벽 폭격으로 93명 사망

미 "끔찍한 사건" 이스라엘에 해명 요구…헤즈볼라, 새 지도자로 '2인자' 나임 카셈 임명

150명이 몰려 있던 가자지구 북부 주거용 다층 건물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 20여명 포함 93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이 무기 지원 중단을 압박하며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늘리라는 서한을 보낸지 2주 이상이 지났지만 구호품 반입 규모는 지난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비어 있던 수장 자리에 2인자 나임 카셈(71)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주거용 건물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 25명을 포함해 9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신문은 팔레스타인 <WAFA> 통신을 인용해 5층 짜리 해당 건물에 150명이 대피해 있던 가운데 새벽에 폭격이 가해졌다고 보도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건물 대부분이 훼손돼 손상이 덜한 건물에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격으로 인해 살아 남은 이들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WAFA>는 여전히 수십 명의 민간인이 잔해 밑에 갇혀 있으며 20명 이상의 중상자들이 인근 카말 아드완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카말 아드완 병원은 최근 이스라엘군 습격을 받은 곳으로 28일까지 이스라엘군에 의해 100명 가까이 구금돼 가자지구 보건부가 의사 한 명만 남은 상태라고 밝힌 곳이다. <로이터> 통신은 가자지구 보건부가 해당 습격으로 인해 이 병원 의사들이 대피했기 때문에 이송된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달간 단일 공격으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으로 보이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에 대한 최대 무기 공급국인 미국조차 "끔찍한 사건"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끔찍한 사건"이라며 "민간인 생명 손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사망자 중 "20여명의 어린이"가 있었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연락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군이 이번 공습 관련 민간인 피해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부터 다시 가자지구 북부를 포위해 지상 공격을 벌이고 있다. 28일 마흐무드 바살 팔레스타인 민방위대 대변인은 이 지역 자발리야, 베이트 하눈, 베이트 라히아에서 1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포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13일 미국은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중단을 시사하며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제시된 '30일' 시한이 대선 전엔 미국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 읽히며 이스라엘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8일 이스라엘 의회는 가자지구 구호를 주도하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활동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스라엘 영토 내 적용되지만 이스라엘이 구호품을 포함해 가자지구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협력 없이 UNRWA의 가자지구 내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UNRWA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가자지구에서 UNRWA를 대체할 구호 조직자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일본 등 7개국 외교장관이 관련 입법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 국무부도 이와 관련 28일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약 2주 전 보낸 서한"을 언급했다. 밀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한에서 분명히 했듯 이 법안 통과는 미국법과 정책에 따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법이 발효되는 것은 90일 뒤로 내년 1월20일로 예정된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다음 행정부의 몫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은 2018년 재임 당시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2021년 조 바이든 정부가 이 기구에 대한 지원을 복구했다.

이달 가자지구로 들어온 구호품 규모는 급감했다. UNRWA 자료를 보면 지난달 가자지구로 반입된 구호품은 트럭 3018대 분량이었지만 이달 29일까지 반입된 구호품은 트럭 852대 분량에 불과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서한을 보낸 이달 13일 이후에도 일일 반입 트럭은 14~102대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서한에서 하루 최소 350대의 구호 트럭이 반입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전쟁 전 가자지구에 하루 반입된 구호 트럭 규모는 평균 500대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부터 이달 29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 4만3061명이 죽고 10만1223명이 다쳤다.

한편 미국 CNN 방송을 보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언론국은 29일 성명을 내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 사망 뒤 비어 있던 수장 자리에 '2인자' 나임 카셈 사무부총장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나스랄라가 지난달 이스라엘 공습으로 죽은 뒤 유력한 후계자로 여겨졌던 하셈 사피에딘 또한 이달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상황이다. 카셈은 1991년부터 30년 이상 헤즈볼라 사무부총장을 지내왔다.

CNN은 관련해 레바논 베이루트의 카네기중동센터 연구부국장 모하나드 하게 알리가 대부분의 수뇌부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헤즈볼라에 "선택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며 카셈은 이미 "알려진 얼굴"이기 때문에 "조직에 있어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카셈이 언론에 자주 노출됐음에도 "하위 중산층"을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져 빈곤층을 대변한 나스랄라에 비해 대중적 인기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절대적 지도자"보다 "조직 내 다른 목소리들에 대한 조정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9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카셈의 수장직은 "임시 임명"이며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수뇌부 대부분을 제거한 것을 환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 부상을 입은 주민이 앉아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월19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부지도자 나임 카셈이 지난달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당시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영상 연설을 듣고 있다. 카셈은 29일 헤즈볼라 새 지도자로 임명됐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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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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