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수진영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지난달 11~12일 이상돈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보수·중도층으로의 확장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풀이됐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환경장관을 역임했고 이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참모로 활동하며 '보수 책사'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지난 2012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TV 찬조연설을 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윤 전 장관을 만나 점심을 함께했다. 윤 전 장관은 언론에 공개된 사전환담에서 이 대표에게 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며 "국정은 여야가 공히 책임이 있는 것이고 힘을 합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야 관계는 이상하게 적대적 관계가 돼버려서 작은 나라가 그나마 분열돼서 역량을 모으지 못한다"고 우려하며 "죽기살기 식으로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다. 민주주의 훈련이 덜 된 분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또 최근 정국 상황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별로 신뢰를 갖고 있는 거 같지 않다"며 "대통령이 국민 신뢰도가 낮으니까 무슨 정책을 펴도 효과가 안 난다"고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도를 높이는 게 굉장히 급선무 같은데 원래 배포가 큰 양반이라 그런지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정치인들은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고 만나야 한다"며 공감을 표하면서 "지금은 제가 보기에 정치인들이 진짜 서로 미워하는 거 같고 감정적 적대감이 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후 기자들과 다시 만나 "윤 전 장관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만 전하고 구체적 대화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소상공인 간담회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며 "조금 전에 윤 전 장관하고 점심을 같이 했는데, 역시 그 분도 제일 큰 걱정이 경제 문제, 민생 문제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여야 간 협치와 관련, 이날 오전 최고위 회의 발언에 이어 재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이럴 때일수록 자주 만나야 한다", "한 대표님 어렵겠지만 자주 보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윤 전 장관도 회동 후 "여러 이야기를 했다"고만 했다. 그는 "(이 대표가) 정치 현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며 "제 의견을 물어보신 게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나이 먹은 사람이 특별한 의견이 뭐 있겠나", "제가 조언할 만한 위치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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