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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과 협력, 국제법 위반 아냐…서방은 이미 우크라에 용병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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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과 협력, 국제법 위반 아냐…서방은 이미 우크라에 용병 보냈다"

미 국방부 "북한, 러시아에 훈련 위해 1만 명 병력 파견…전투 투입되거나 지원 병력 활용 우려 커져"

러시아에 진입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 접경지역인 쿠르스크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러시아 측은 북러 간 협력은 조약에 따라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용병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미 북한과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고 말했고 이건 비밀도 아니다. 전문이 공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조약에 참여하는 국가 중 한 국가가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경우 서로를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정직하고 개방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월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 4조에 따르면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라브로프 장관은 이 조약에 따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뤄진 것이며, 따라서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서방의 용병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랑스를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군이 전개됐다는 소문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라브로프 장관이 "서방 군인들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이미 서방의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싸우고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 데이터를 여러 차례 인용했다"며 "용병, '자원봉사자', 직속 교관 등이 있는데, 이들 없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장거리 무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의 전문가 없이, 우주 정찰 데이터 없이, 비행 임무를 프로그래밍하는 전문가 없이 (우크라이나) 군은 미사일 기술을 활용할 수 없다"며 "이는 나토와 유럽연합이 우리를 상대로 벌이는 하이브리드 전쟁(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적절히 섞어 활용하는 전쟁 수행 개념)의 일부다.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이 어떤 구실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기만하는 것은 오랫동안 일어나고 있었던 일을 소급하여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 28일(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가졌다. ⓒ러시아 외무부

이와 관련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7일 브랸스크 지역의 FSB 국경국 소속 장교들이 러시아 군대 및 러시아 주방위군 부대와 함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브랸스크 주의) 클리모프스키 지역에서 방해 공작 및 정찰을 시도하던 그룹 4명의 국경 침범 시도를 저지했다"며 이들이 외국 용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방보안국은 "이번에 무력화된 공작원들은 제3국과 관계를 나타내는 외국 무기, 장비, 통신 장치, 개인 물품(캐나다 국기, 폴란드어 기도 카드, 영어로 전술 훈련 메모가 있는 수첩)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이 발견됐다"며 "이들 중 한 명의 시신에서 미 육군 75레인저 연대 2대대의 문신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은 미국의 제75레인저 연대에 대해 "특수 훈련을 받고 고도로 숙련된 군인들로 구성된 미국 특수 작전 부대"라며 "기본적으로 특수 작전을 위한 미 육군 공중 정찰 연대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대원들은 낙하산, 헬리콥터 또는 해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교육을 받고 18시간 내에 전 세계 어디든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적진 뒤에서 정찰, 방해 공작, 작전 외에도 비행장 확보 및 보유, 전략적으로 중요한 적 기지 점령 또는 파괴, 적의 군사-정치 지도부 고위층 표적화 등 직접적인 전투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 역시 러시아가 무력화시킨 외국 용병에 미국, 폴란드, 캐나다 국적자가 포함된다고 <타스통신>에 밝혔다.

한편 한국과 서방은 정보 공유를 통해 북한군이 교전 지역인 러시아의 쿠르스크 지역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통화에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단의 북한군 파병 브리핑 이후 성명을 발표한 마르크 뤼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러시아와 북한에 이러한 행동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훈련을 위해 약 1만 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수 주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의 러시아 병력이 증원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중 일부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했다"며 "(북한군이) 접경지역인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투입되거나 지원 병력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병력 유형이나 장비 등 세부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북러 양측이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이웃에 있는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러시아로 향했다. 29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최 외무상을)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최 외무상의 방러 목적에 대해 신문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현 국면에 대한 논의 및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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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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