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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권교체? 자민·공명당 과반 확보 실패…이시바, 최단명 총리 역사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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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권교체? 자민·공명당 과반 확보 실패…이시바, 최단명 총리 역사 쓰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12년 만에 중의원 과반 의석 잃어…단독 과반 정당은 없어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신임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교체되는 기록을 쓰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8일 일본 <교도통신>은 27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465석 중 215석을 얻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해 각각 65석, 8석 의석이 줄어들었다.

직전까지 98석에 그쳤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이번에 148석을 얻으면서 약진했다. 또 국민민주당도 21석을 늘리며 총 28석을 차지했고 일본유신회는 5석이 줄어든 38석을 기록했다.

자민당의 이번 패배는 이른바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교체되는 등 정권 차원의 위기가 있었음에도, 당이 여전히 해당 스캔들에 연루된 인사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어느 정도 예고되기도 했다.

비자금 스캔들은 지난해 자민당 내 아베파(아베 신조 전 총리가 중심이 됐던 파벌) 의원들이 정치자금 모금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본격화됐다.

이들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른바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 금액을 넘겨줬는데, 이를 개별 의원의 회계 처리나 계파의 정치자금 보고서에 반영하지 않아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들이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비자금으로 조성한 금액은 약 6억 엔 (한화 약 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여당인 자민당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한 파티권 구매자를 공개하는 기준액을 현재의 20만 엔에서 5만 엔으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했으나 이미 민심은 돌아섰고, 10%대 지지율을 전전하던 기시다 총리는 결국 지난 8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며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지난 9월 27일 자민당 내 총재 선거를 통해 이시바 시게루 현 총재가 선출되면서 10월부터 새로운 총리로 취임했다. 그가 취임 이후 의회를 해산하면서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돌아선 민심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자민당은 스캔들에 연루된 인사들을 공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 중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인사들이 생겼는데, 자민당이 이러한 무소속 인사들이 출마하는 당 지부에 2000만 엔 (한화 약 1억 8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다시금 이 사건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자민당 측은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은 당 지부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당의 세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지, 해당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자민당 의원들에게 지급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스캔들과 연루됐던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도쿄(東京)24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그는 2000만 엔이 지급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비용을 선거를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공천을 하지 않고 뒤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행태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이 지원금액이 세금으로 마련된 정당교부금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더 키웠다.

▲ 2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우선 이시바 총리가 교체될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요미우리> 신문은 30일 내 총리 지명을 위한 특별국회가 열리게 된다면서,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가 교체된다면 1989년 우노 소스케 정권의 69일, 1994년 하네다 쓰토무 정권의 64일을 뛰어 넘는 최단명 총리 기록을 쓰게 된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장 사임한다는 의사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저녁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매우 엄격한 심판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겸허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야당과 협력해 자민당 중심의 정권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문 역시 당장 이시바 총리의 교체보다는 자민당이 의석 확보를 위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민당이 공천에서 배제했던 인물들 중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 과반에 근접한 인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연립정권에 다른 정당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다. 신문은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이 선거 기간 중 "(여당) 과반이 깨지든 아니든 간에 같은 정책을 갖고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정당과 협의는 전향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며 연정 참여 정당의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연립정권은 과반에서 18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각각 38석, 28석을 얻은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이 연정에 함께한다면 과반을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신문은 각 정당의 대표들이 연정 참여에 대해 현 시점에서는 부정했다고 전했다.

제1야당으로 의석이 크게 늘어난 입헌민주당은 총리 교체를 거론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27일 후지TV에 출연해 "자민당‧공명당 정권이 계속되면 안된다는 입장과 정치개혁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면 (다른 야당들과) 대화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은 세계 2차대전 종전 이후 계속 자민당이 집권하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을 차지하면서 정권이 교체된 바 있다. 이후 2012년 다시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현재까지 자민당 집권이 이어지고 있다. 제1야당이 140석 이상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03년 민주당이 177석을 얻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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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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