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18일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며 "지난 8월 초 북한 미사일 개발의 핵심인 김정식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수십 명의 북한군 장교와 함께 수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 인근 북한 'KN-23 미사일' 발사장을 방문, 현지 지도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후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북한이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 및 호위함 3척이 이 기간동안 북한 처진과 함흥, 무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송을 완료했으며, 이후 2차 수송이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블라고베셴스크 등에 분산돼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 주둔 중이며,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7일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한 내용과 유사하다. 방송은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한 군사 소식통을 인용, 다수의 북한군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부의 우수리스크 인근의 군사 기지에 주둔하고 있긴 하지만 "3000명 가까이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 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며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내 이동을 동시에 확인하면서 한국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된 육군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쟁에 1만 명 이상 파병돼 있다면 우리도 최소한 참관단이 가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줬냐 안줬냐, 가까이만 가도 안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는 조약을 체결하며 사실상의 동맹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한국 관계와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6월 19일 푸틴 대통령은 "오늘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적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 그 어떤 나라의 침략이 있는 경우에 서로 협조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국이 독자적으로 포탄을 제공하거나 파병 등의 군사적 행동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육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북한이 군대와 무기를 보낸다고 우리가 똑같은 행동으로 참관하고 무기를 보내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심각한 위협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적극적 관여를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해 8월 이후 지금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1만 3000여 개 컨테이너 분량의 포탄과 미사일, 대전차로켓 등 살상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mm‧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간 북-러를 오간 화물선에 선적됐던 컨테이너 규모를 감안시, 지금까지 122mm‧152mm 포탄 등 총 800여만 발 이상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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