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몽고어와 관련이 많다. 얼마 전에 몽골에 다녀왔는데, 그들의 삶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말을 하자면 한 집 건너 하나 씩 CU(편의점)와 이마트가 있을 정도였다. 10%가 한국을 다녀갔다고 하니 가히 ‘한국의 옛모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한국어를 알아듣는 사람들도 많았고, 한국 음식점을 비롯한 우리 문화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KOREA라고 부르지 않는 나라가 몽골이다. 그들은 한국을 ‘설렁거스(솔롱고스로 들리기도 한다)’라고 한다. ‘무지개의 나라(희망의 나라)’라는 뜻이다. ‘무지개의 나라’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의미상 좋은 것임은 분명하다.
과거에 쓴 글 중에 단군의 어원을 이야기하면서 ‘Tengri’에서 유래했다고 한 적이 있다. <칭기즈칸>이라는 영화를 보면, 갖은 고생을 하던 테무진이 큰 바위 밑에서 ‘텡그리’를 외치는 모습이 나온다. 이 때의 ‘텡그리’는 ‘하늘’, 혹은 ‘신’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당골’, ‘단군(檀君)’, ‘단골’ 등의 어원이 되었다. 지금도 ’당골네‘는 무당을 의미한다. 이 ’텡그리‘라는 단어는 중앙아시아 곳곳에 남아 있다. 탕기르, 탕헤르, 당고르 등으로 변하여 전해진 것이다.
우리 말 ‘갖바치’라는 단어가 있다. 예전에, ‘가죽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을 이르던 말이다. ‘바치’는 현재 ‘사람(주제자)이란 말을 만드는 접미사’로 쓰인다. 하지만 원래는 그냥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었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몽골의 수도를 ‘울란 바타르(Ulan Batar)’라고 하는데, 이것은 ‘붉은 용사’라는 뜻이다. 여기서 ‘ulan’은 ‘붉다’는 말이고, 우리말 울긋불긋에서 ‘울’과 같은 어원을 가진 말이다. 또한 ‘바타르’도 ‘바치’와 동일한 어원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옛글을 보면 ‘흥졍바지 사위국舍衛國으로 가리 잇더니(<석보상절> 6:15)’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서 흥졍바지를 ‘상인(商人)’이라고 풀어 놓고 있음을 본다. 또한 다른 책에는 ‘바치(匠色)<박통사언해, 초간본5>’, ‘노랏바치(倡人창인 : 광대)<훈몽자회 중3>’ 등과 같이 여러 곳에 ‘바치’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들은 모두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밪(받)’을 어근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 젊은 시절에는 군대 간 친구들을 ‘군바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것은 ‘밪(받)’의 변형들이다. 예를 들면 군바리, 악바리, 쪽바리, 혹부리, 학비리(학생) 등이 모두 ‘바치’의 변형된 모습들이다.
우리말에서 사람을 의미하는 어근 ‘밪(받)’은 영웅, 전사, 용사의 의미로 전의된다. 그래서 울란 바타르와 ‘붉은 용사’라는 우리말이 사실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 단어라는 말이 근거가 있다. 이 ‘바치’라는 말은 줄어서 ‘치’로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이 치, 저 치(이 사람, 저 사람)’이라고 할 때 그 어형을 볼 수 있다. 청나라 태조의 이름이 누루하치(奴兒哈赤)인 것을 볼 때 만주어에도 ‘치’가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합리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바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부 명사나 명사성 어근 뒤에 붙어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
이라고 나타나 있다. 즉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접미사’라는 말이다. 원래는 명사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접미사의 역할을 더 많이 하는 관계로 변했다. ‘주눅바치, 성냥바치, 타관바치, 귀염바치, 장인바치, 갖바치, 호사바치’ 등(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 인용)으로 쓰인다.
우리말은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같은 어원의 단어들도 상당히 많다. 조금 넓게 보면 주변의 나라들이 모두 형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세계가 더 좁아졌으니 생각의 범주도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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