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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 콕 찍어 관세장벽 설치한 EU, 다음은 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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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 콕 찍어 관세장벽 설치한 EU, 다음은 현기차?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WTO 질서 몰락과 무역전쟁의 서막

지난 10월 4일,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수입관세를 대폭 올릴 것인지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회원국 27개국의 투표 결과는 찬성 10, 반대 5, 기권 12로 나왔고, EU 집행위의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어, 이상하다? 27개국 중에서 찬성하는 나라가 10개 뿐인데 이게 왜 가결이지? 일단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은 뒤로 미뤄두도록 하자. 우선 중요한 것은 가결의 효과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니 말이다.

최고 45%에 달하는 관세 장벽 설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작년 9월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들에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덤핑 가격을 형성해 교역시장을 교란하고 유럽 시장 점유율을 부당하게 잠식했다는 혐의였다.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조사부터 관세 부과 결정까지 1년 걸린 셈이다. 올해 6월에 예비적인 조사결과와 함께 추가관세율 초안이 공개되었다. 그 후 중국업체들과 중국 당국의 이의제기, 항의와 협상이 이어지며 관세율은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치게 된다. (아래 표)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통과된 중국 전기차 수입 추가 관세율.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주의할 것은 여기 나온 수치가 '추가 관세율'이라는 점이다. 통상적인 유럽연합의 관세율 10%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BYD의 경우 10%에 추가 관세 17%를 더해서 27%가 되고, SAIC를 비롯해 유럽연합 조사에 협력하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35.3%를 더해서 최악의 경우 관세율은 45.3%에 달하게 된다.

조사 협력 여부에 따라 다른 관세율 적용

10월부터 조사에 착수한 유럽연합은, 올해 1월에는 3개의 주요 업체(BYD, Geely, SAIC)를 찍어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아마 이 단계에서부터 EU 당국은 3개 업체가 대표하는 3개의 그룹을 설정하여 추가 관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룹을 나누는 기준은 대략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모 △유럽 시장에 미치는 영향 △EU의 조사에 협력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BYD는 가장 낮은 추가관세율을 적용받는다. Geely는 'EU 조사에 협력한 기업'을 대표하며 SAIC는 'EU 조사에 협력하지 않은 기업'을 대표한다.

유럽 기업들도 만일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입한다면 동일한 적용을 받는다. 이를테면 SAIC와 합작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폭스바겐과 GM 역시 SAIC와 동일한 35.3%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예외적으로 테슬라는 가장 낮은 7.8%의 추가관세율이 적용되는데,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은 바 없고 미국 기업이지만 유럽(독일)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전기차(EV)의 공포?

유럽연합이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중국은 두려운 존재일까?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가 발간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매출액 기준으로 유럽연합에 수입된 전기차 생산국이 연도별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면, 2019년에는 존재감조차 없던 중국의 유럽 수출 전기차 매출액은 지난해(2023년) 100억 유로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 그림)

▲매출액 기준 유럽연합에 수입된 전기차 생산국 연도별 변화 추이(단위 : 백만 유로). 그래프 출처 : ACEA(유럽자동차산업협회), The Automobile Industry Pocket Guide 2024/2025)

흥미로운 것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나라가 한국(South Korea)이라는 사실이다. 말이 한국이지 정확히 말하면 현대기아차 그룹을 의미한다. 르노코리아·한국지엠·KG모빌리티는 유럽에 전기차 수출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20억 유로를 넘어선 현대기아의 유럽 전기차 수출액은 지난해 40억 유로를 넘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일본 업체들의 진출도 인상적이다. 2019~2020년에는 거의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던 일본산 전기차는 지난해 유럽 수출 매출액 기준 10억 유로를 넘어서 전년(2022년) 대비 거의 4배 가까운 상승을 기록했다.

내연기관차까지 더하면 달라지는 풍경

그런데 이건 전기차 매출액만을 따로 떼어서 통계를 낸 자료이다. 그런데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만 생산해서 유럽에 수출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ACEA는 내연기관차까지를 포함한 유럽연합 수입자동차 매출액 규모 변화에 대한 그래프도 제공하고 있다. (아래 그림)

▲매출액 기준 유럽연합에 수입된 자동차 생산국 연도별 변화 추이(단위 : 백만 유로). 그래프 출처 : ACEA(유럽자동차산업협회), The Automobile Industry Pocket Guide 2024/2025)

이렇게 보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유럽연합 수입 자동차시장의 1인자는 중국이 아니라 영국이다. 그런데 이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일 뿐이다. 성장률에서 가장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는 곳은 튀르키예인데, 이 나라 역시 유럽연합 가입을 희망하는 유럽 국가이기에 일단 분석에서는 배제하기로 한다.

영국 다음으로 수출매출액 높은 순위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거의 영국을 따라잡기 직전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총매출액은 2019~2020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2019년과 비교하면 2023년까지 4년 동안 매출액 성장률은 고작 한자릿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기차만 따로 놓고 볼 때와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건 수치만 보면 금방 드러난다. 2019년 중국의 유럽 전기차 수출은 미미한 수준, 그러니까 전체 차량 수출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3년은 중국의 유럽 수출액의 80% 가까이를 전기차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2019~2020년만 해도 중국은 유럽에 주로 내연기관차를 수출해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엄청난 속도로 전기차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2020년 중국의 유럽 수출은 반토막이 났지만, 수출의 대부분은 전기차가 차지했다. 즉, 내연기관차 수출은 엄청난 규모로 줄여놓은 것이다.

다음 타겟은 한국의 현대기아?

오히려 전체 매출액 성장률에서 매우 인상적인 속도를 보여주는 것은 한국(South Korea)이다.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유럽에 수출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건 현대기아차 그룹이다. 2019년 50억 유로를 넘긴 수출액은 2023년 100억 유로에 달해 2배 가까운 성장률을 보여주었다.

앞서 전기차 수출까지를 함께 보자면 한국의 현대기아차 그룹은 (전기차이건 내연기관차이건)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국과 FTA를 체결한 입장에서 유럽연합이 쉽게 무역분쟁을 제기해오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무역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G2의 일원 중국을 상대로 무역장벽을 설치한 유럽연합, 다음 먹잇감으로 한국을 선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무역분쟁을 제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세장벽 설치는 현대기아차 그룹에 분명한 시그널로 작동할 것이다. "유럽에서 전기차를 팔고 싶다면 유럽에서 생산을 늘려라. 한국에서 생산해서 유럽으로 수출하지 말고."

우연의 일치일까? 추석 직전 뉴욕에서 GM의 메리 바라 회장과 만나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나선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추석 직후 현대차의 유럽 전기차 생산거점인 체코공장 방문에 나섰다. 거기서 그가 던진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체코공장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최근 전기차 판매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혁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

미국·캐나다는 한 술 더 떠 100% 추가관세

문제는 유럽연합의 추가관세보다 더 메가톤급의 조치가 북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5월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의료용품 등에 100%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결정했다. 10월에는 캐나다 트뤼도 행정부가 미국에 이어 중국산 전기차에 100%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게 된다.

중국이라고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유럽연합의 추가관세에 대해서는 보복 관세, 그러니까 유럽연합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고가의 내연기관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캐나다의 관세 부과에 대항해 중국은 캐나다산 카놀라에 대한 반(反)덤핑 조사를 개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20세기 세계 무역 질서를 이끌어 온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시스템을 해체하고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는 관세장벽을 완전히 철폐하자는 기치 아래 만들어진 것이었다. '관세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이 질서로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여왔던 미국과 유럽이 제일 먼저 중국을 향해 높디높은 관세장벽을 쌓아올리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을 둘러싼 무역전쟁 역시 이제 서막이 시작되었을 뿐이다. 본편은 보고 싶지 않은데, 그 다음은 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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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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