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기지촌 여성들이 성매매를 정당화 조장하고, 폭력적으로 성병을 관리한, 국가의 불법행위의 인권침해 피해자임이 법원에서 확인되었다.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존엄성을 군사동맹의 공고화 및 국가안보 강화, 외화획득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었다. 여성들에게 가해진 수없이 많은 '박해' 중에 가장 직접적으로 여성들의 신체를 '구속'한 것은 성병관리소였다.
아무런 법적 근거나 의료적 진단 없이 미군의 '손가락질' 하나에 강제수용된 상태에서 성병진료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판결문 속에서 상세하게 그려진 성병관리소는 기지촌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공간이다. 피해자의 '서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 공간을 보존하는 일은 매우 보편적이다. 동두천시나 경기도의 입장에서는 객관적으로 존재했던, 도시의 상당부분을 미군주둔기지로 사용했던 사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법원이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8년도 넘는 시간동안의 심리를 통해 확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차근차근, 꼼꼼히 짚고 읽고자 그 기록의 일부를 옮긴다.
검진증을 발급받은 '위안부'(구 전염병예방법 시행령 명시)는 매주 성병 검진을 받아야 했고, 감염자로 판명되면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 강제치료를 받아야 했다. 등록과 성병검진을 기피하는 여성들에 대한 피고(대한민국)와 미군의 합동 단속이 수시로 실시되었는데, 피고 측에서는 보건소 직원과 자매회가, 미국 측에서는 S-5(민사과) 미군이 주로 참여하였다. 그 외에도 보건소와 경찰이 주도하는 단속(이른바 '토벌')과 성병에 걸린 미군이 자신과 성매매를 한 여성을 지목하는 미군의 '컨택'(Contact tracing, 접촉자 추적조사) 등이 수시로 실시되었다. 이처럼 성병에 감염된 미군으로부터 상대방으로 지목된 위안부는 검진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낙검자 수용소로 보내져서 강제수용 상태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피고는 기지촌의 운영․관리를 위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위안부들의 성병 치료를 행함에 있어서, 법령에 별다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 등 의료전문가에 의한 진단 등의 합리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토벌' 또는 '컨택' 등의 이름 아래 원고들을 곧바로 '낙검자수용소' 등의 강제수용시설에 격리수용하거나 신체적 부작용이 클 수 있는 페니실린을 무차별적으로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원고들의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였다.
이와 같은 위법한 성병치료가 행해진 데에는, 보건행정의 특성상 기지촌 내 성병관리의 효율 및 엄격성을 기할 의도도 있었겠지만, 이와 함께 앞서 본 대로 위 원고들을 국가안보나 외화 획득에 활용하려는 목적, 즉 외국군들이 기지촌 내 성매매 과정에서 성병에 걸려 신체적 건강이나 정신적 사기가 저하되는 현상이 급증하면 이로 인해 외국과의 군사적 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안보 또는 기지촌 주변 성매매의 활성화를 통한 외화 획득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외국군의 성매매 상대방이었던 위안부들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이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등한시한 채 기지촌 내 성병의 근절과 감소에만 치중한 데에 그 원인이 있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교수는, 외국군 상대 성매매와 관련성이 없거나 희박한 내국인 상대 성매매집결지에서는 기지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던 토벌이나 컨택 등을 통한 성병감염인 조사․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는데, 이 또한 위와 같은 위법한 성병 치료행위의 목적․의도를 뒷받침하는 한 가지 사정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피고가 행한 위법한 성병치료 행위는 앞서 본 적극적인 성매매 정당화․조장행위와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다고 보인다.
1977. 8. 19. 구 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의 제정․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격리수용 치료행위라 하더라도, 의사 등 의료전문가의 진단 없이 성병의심자에 불과한 위안부들을 곧바로 낙검자수용소 등에 격리수용한 경우, 즉 ① ‘토벌’이라 이름붙여진합동 단속 당시 보건증(패스)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이를 소지하였더라도 정기 성병 검진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자를 곧바로 격리수용한 행위, ② 외국군이 성병을 옮긴 성매매 상대방으로 지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의료 진단 없이 대상자를 격리수용한 ‘컨택’에 해당하는 행위의 경우, 여전히 법령상 근거 없이 행해진 강제수용 내지 사실상의 구금행위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① 법령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던 1977. 8. 19. 이전에 이루어진 강제 격리수용행위는 사전에 의료 진단이 있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위법하고, ② 격리수용에 관한 법령의 근거가 마련된 1977. 8. 19. 이후의 강제 격리수용행위라 하더라도, 의료 진단 없이 곧바로 이루어진 강제 격리수용조치는 법령에 위반되어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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