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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8.3% 인상 합의…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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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8.3% 인상 합의…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까

지난 11차 협상 13.9% 인상에 비해 낮은 상승률…이후 5% 이상 증가하지 못하도록 합의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보다 8.3% 증가한 1조 5192억으로 결정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다. 정부는 국방비가 아닌 물가상승률을 분담금 증가율에 연동시키고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분담금 상승률을 이전보다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2일 외교부는 지난 9월 25~27일과 1~2일 서울에서 12차 SMA 체결을 위한 제8차 회의를 가졌으며 이를 통해 2026년부터 적용될 분담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발혔다. 지난 4월부터 한미 양국은 이태우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Linda Specht)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각각 대표로 하는 분담금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협상에 관여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의는 당초 9월 25~27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한미 간 합의 하에 미측 대표단이 서울 체류를 연장하여 10월 1~2일에 추가 협의를 갖고 최종 타결했다"며 "이로써 올해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한 이후 약 5개월 간 총 8차례에 걸친 협의를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이 협상 일정까지 늘리면서 추가 협상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협정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적용된다. 최초연도인 2026년의 분담금 총액은 1조 5192억 원인데, 이는 2025년 총액인 1조 4028억 원에 비해 8.3% 증가된 수치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특별협정을 통한 지원항목인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의 틀 내에서 미측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하여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협의했다"며 "2026년 총액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방위비 분담금 증가율인 6.2%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증원 소요, 군사건설 분에서 우리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용 증액으로 인한 상승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상승률은 지난번 협상인 2021년의 제11차 SMA 당시 13.9%가 상승한 것보다는 그 폭이 다소 낮아졌다. 2019년 제10차 SMA의 경우 8.2%, 2014년 제9차 SMA의 경우 5.8% 인상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번 협정에서는 11차 SMA에 적용 중인 국방비 증가율 대신 8~9차에서 적용됐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간 증가율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4.3%인데 비해 CPI 증가율은 2%대로 전망된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이에 따라 2027년~ 2030년간 연도별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을 반영하여 결정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간 증가율은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러한 협상이 11차 SMA 비준 동의 당시 국회 부대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회는 11차 SMA가 "과거 물가상승률을 적용했던 방위비 분담금에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시킨 이번 합의는 한국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킨 것"이라며 "향후 협상에서 합리적 분담 기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 합의를 통해 "이전 협정과 비교하여 12차 특별협정 기간 중 전체 방위비 분담금 규모의 상승률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급격한 분담금 증가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 지난 2일 한미 간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타결됐다. 이태우(오른쪽)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린다 스펙트(Linda Specht) 국무부 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이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외교부는 이어 방위비 분담금을 사용한 수리·정비 용역은 한반도 주둔 자산에만 해당됨을 명시했다. 그간 한반도 역외자산 정비 지원이 일부 있ᄋᅠᆻ는데 이를 폐지함으로써,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보장이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는 것이 외교부 설명이다.

이 역시 11차 SMA 비준 당시 국회의 부대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당시 국회는 "방위비분담금이 주한미군 주둔과 무관한 해외 미군 관련 용도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며, 그동안 한미 군 당국 간 합의에 따라 지속되어 온 미군 역외자산 정비 지원 관행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이밖에 외교부는 분담금 운영 제도 개선을 위해 한국 정부 및 국회 예산 심의 절차와 시기에 맞춰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분담금 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군사건설 사업선정 절차를 예산심의 절차에 맞게 조정하고 한·미 합동협조단(JCG) 협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기로 했으며 "군수지원 분야에서 5개년 사업계획 제출 요건을 신설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간 계획된 사업의 변경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외교부는 한국 국방부가 사용하는 건설관리비를 현물 군사시설 사업비 3%에서 5.1%로 증가해 군사건설 사업 품질과 안전관리 제고에 있어 한국의 역할이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SOFA 합동위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퇴직연금제 도입 논의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개선합동실무단(IJWG)에서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에 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외교부는 "제12차 특별협정이 현행 11차 특별협정 유효기간 내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타결된 것은 2026년도 관련 예산의 국회 심의를 보장하고, 특별협정의 안정적 이행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3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을 약 1년 9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협상 대표를 임명하는 등 12차 SMA 협정 타결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두고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확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가 강조하는 소위 '미국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방위비가 활용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올해도 동맹국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분담금 등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미 방송 폭스뉴스 주관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정치인 등이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듣거나 토론하는 행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대로 우리를 대우할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을 내놨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폭스뉴스 주관으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폭스뉴스 갈무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토는 우리를 이용했다"면서 동맹국들이 자신들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아 미국이 이를 떠안게 됐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이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다보스 포럼 당시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유럽에 분담금 증가를 요구했다고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실제 한국도 트럼프 정부와 방위비 협상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2019년 제10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요구했다.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양측은 결국 유효기간 1년 및 한국 측 분담금 1조 389억 원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의 국방예산 인상 비율인 8.2%를 적용한 결과였다.

이후 열린 11차 SM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인상 수준은 더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5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합의가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10차 협정이 만료된 이후에도 새로운 협정이 타결되지 못했고, 결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3월 분담금을 13.9% 증액하고, 향후 202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이를 인상하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번 협상이 물거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가정적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미국은 (SMA가) 행정협정이고 우리는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다.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조약은 미국에서도 국내법이고 우리에게도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된다. 그렇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확보가 되는 것"이며 "양국 정부 간에 합의 후 발효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이를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을 요구했는데 이번 협상에서 이같은 요구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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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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