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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군사주의, 우주산업이 파괴하는 삶, 생명, 생태,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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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군사주의, 우주산업이 파괴하는 삶, 생명, 생태, 민주주의

[우주산업-군사화-기후위기의 위협적 상관관계]

근래 논산 양촌면에 갔던 일이 잊히지 않는다. 양촌면은 확산탄 공장이 지어진 곳이다. 그리고 확산탄은 확산탄금지협약(CCM)에 의해 생산 및 사용이 금지된 비인도적 대량살상무기다. 공장 앞에서 일행들과 함께 반대 시민대책위 측의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시작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공장 쪽으로부터 쿵, 하는 굉음이 들려왔다. 겁에 질린 얼굴로 우리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공장은 낮은 풀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풀숲에 앉았던 새들 또한 경악하듯 날아올랐다. 굉음은 그 뒤로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 번 더 울렸다. 우리는 거기에 고작 30분 머물렀을 뿐이었다. 대책위 활동가는 위협적인 건 이뿐이 아니라는 듯, 크게 흔들리는 기색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안전 적재 범위를 완전히 초과한 과적의 화약을 실은 대형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공장을 드나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루 약 430kg의 화약류가 반입된다는 것이었다. 폭발하게 되면 마을 하나를 날리고도 남는 양이었다.

확산탄금지협약에는 현재 123개국이 가입해 있다. 확산탄으로 인한 사상자의 95%가 민간인이며 이 중 71%가 어린이다. 현재 논산 양촌리 일대에 공장을 짓는 기업은 KDi인데, 이 뿌리를 더듬어 가보면 그곳엔 한화가 있다. 확산탄을 생산하는 기업 한화에 대해 유럽의 몇 나라는 투자를 전면 금지했고 한화와의 태양광사업 또한 중단했다. 그러자 한화는 2020년 11월 2일, 확산탄 사업을 그룹 사업에서 떼어냈다. 매각의 형태를 띠었지만 확산탄 사업의 주체인, KDi의 대표이사에는 한화그룹의 전 임원 이름이 올라 있다.

한화는 현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사용되는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있기도 하다. 그 무기들이 ‘비인도적’ 무기인지, 혹은 금지협약에 의해 제한받는 무기인지는 살필 필요가 없다. 팔레스타인에서 이 학살로 희생당한 이들의 70% 이상이 여성, 어린이, 노인이기 때문이다. 법이나 협약까지 갈 필요가 없는 참담한 상황인 것이다. 이를 안다면 이 일이 계속되어도 된다고 생각할 이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76년 동안 수탈과 착취와 폭력으로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의 삶을 불구화해왔다. 팔레스타인 땅에서 살아가던 너무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원치 않게 사라졌다. 자신들이 살아가던 바로 그곳에 감금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은, 그 수십 년간의 폭력이 미진하기라도 했다는 듯 더욱 극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지의 광장과 거리와 학교,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학살과 전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행진이 이어졌지만 이스라엘은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학살 뒤에는 무기를 생산하고 유통해 돈을 버는 기업이 있고, 그 기업을 비호하는 국가가 있다.

그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이 한화이며, 그 국가 중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과 미국이다. 한국은 분단된 국가라는 정체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남북 간 긴장이라는 조건 속에 있는데, 그 조건을 군사력 강화와 확대 담론 형성과 실행, 미국의 국방 기술 및 우주 군사화 원조에 교활하게 이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성리의 사드 포대 배치를 예로 들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해 자랑하면서 두 나라 간의 군사적 긴장도가 극도로 높아졌을 때, 미국은 한국 정부에 사드 포대 배치 압력을 넣었다. 한국 정부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과 도발을 강조하며 지체없이 사드 포대를 배치했다. 2017년이었고, 그해 미국의 거대 군수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무려 510억 달러(한화로 약 68조)였다. 사드 덕분이었다. 미국과 한국, 록히드마틴이 이처럼 돈 놀음을 하고 힘 자랑을 할 때 다른 한쪽에는 처참하게 뭉개지는 얼굴이 있었다. 소성리라는 지역과, 그곳에서 삶을 짓던 여성, 노인, 농민의 얼굴 말이다. 소성리의 원주민들과 소성리라는 땅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식민 및 식민지가 되었다.

이제 제주로 가볼까. 제주에도 어김없이 한화가 있다. 2023년 7월 한화시스템은 제주도정과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고, 천억 원가량을 투입해 옛 탐라대학 부지에 한화우주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SAR 위성 등 소형위성들을 조립, 시험하는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한화시스템과 함께 ‘방산 3사’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를 개발, 시험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에 의지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이로 인한 이윤을 독식한다. 한국 정부와 한화는 이 모든 프로젝트를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최첨단 혁신 사업이라 선전하지만 사실상 이는 미국이 우주 공간을 빠르게 독점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주 공간 독점은 군사력 독점과 힘의 통제를 의미한다. 현재 군사기술의 대부분은 위성에 기대고 있으며 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학살에 쓴 AI 표식 및 추적 시스템인 '라벤더(Lavender)', '더 가스펠(The Gospel)', '아빠 어디야(Where’s Daddy?)' 역시 위성에 의존한다. 이들이 '목표물'을 인간 병사에게 '추천'하고 병사가 이를 승인하면 즉시 폭격이 이루어진다.

참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참혹은 한화시스템이 들어설 예정인 제주의 주민, 누리호 발사 시험이 이뤄진 전남 고흥의 주민들에게도 쏟아진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 모든 프로젝트에 동의한 적이 없다. 발사체가 비상하고 발사체 개발과 시험을 위한 공장이 지어질 때 파괴되는 무수한 삶들이 있다. 땅과 바다에 기대어 사는 인간/비인간 동물의 모든 삶들. 한국과 한화(한국화약)에게는 이 삶들 역시 죽도록 내버려두어도 되는 삶이다. 그들이 생산, 판매한 무기가 표적 삼고 폭격하는 삶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바꾸어 말해 전쟁으로 희생되는 이는 학살과 전쟁의 현장에 이들뿐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무기 공장 및 위성 시스템과 같은 전쟁 기반 시설이 밀고 들어간 지역에 사는 주민들 역시 전쟁의 피해자다. 그리고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피해의 영역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논리를 등에 업은 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 미국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22일(현지시간) 스타링크 통신위성 7차 발사분 60기를 싣고 플로리다 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를 이륙하고 있다.ⓒ케네디 우주센터 UPI=연합뉴스

전쟁 및 군사적 긴장,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군수산업과 우주산업은 기후위기와 기후괴이화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군대와 군사활동, 전쟁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를 국가 순위로 환산한다면 세계 4위다. 중국과 미국, 인도 다음으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인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안보'라는 미명 하에 제한적으로 수집된 데이터에 의한 통계일 뿐이다. 우주산업의 경우, 산업을 운용하는 동안 천문학적인 양의 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을 배출한다. 한국의 첫 군사정찰 위성인 팰컨 9 발사체는 발사 후 1분 동안 자동차 1400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 질소산화물을 내뿜었다. 1회 발사 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336톤으로, 자동차로 지구 70바퀴를 돌 때의 양과 같았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한화를 소환해볼까. 한화그룹은 한편에선 무기 생산과 유통, 우주군사기술 개발 및 시험 사업을 하고 다른 한편에선 한화솔루션이라는 계열사를 기반으로 태양광발전에 박차를 가한다. 기후위기를 앞당기는 사업이자 숱한 목숨을 박탈하는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 기후위기 국면에 급부상한 유망 사업인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업은 다시 인간과 비인간 동물, 생태계에 대한 대규모 착취와 폭력에 다시금 고스란히 투자될 것이다.

이 부당한 흐름과 참혹한 장면들을 우리, 바라만 봐도 되는 것일까. 이 땅과 바다 위에서 모든 것을 나누어 얻어 써야 할 인간/비인간 동물과 숲과 나무의 삶이, 군사주의와 자본주의 및 식민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기술과 무기, 항공, 우주산업에 의해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걸 바라만 봐도 되는 것일까.

필자 희음은 멸종반란, 기후위기 앞에 선 창작자들의 활동가로 함께한다. 시인, 문화기획자로도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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