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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법원과 현대차의 1차전, 그 후는?

[시민정치시평] 현대차 불법파견 최종판결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

고용불안과 차별대우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정말 반갑고도 기다렸던 희소식이 날아왔다. 2월 23일 오후 2시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했던 사내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 노동자에 해당하고,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그는 정규직으로 간주된다고 최종 판결하였다.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사내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한 것에 대해 합법적인 도급이 아니라, 명백한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정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로써 지난 8년 동안 지루하게 진행된 사내하청 노동자의 불법파견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경총이 주장하듯이 원고 최병승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제기한 약 3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물론, 최소 5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내하도급 노동자의 고용관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최종판결은 사내하청 노동자문제를 해결하기에 미흡한 점이 많다. 대법원은 최병승이 제기한 현대차와의 묵시적 근로관계 확인 요청을 이번에도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사내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 독자성을 일정하게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고 소위 '바지사장'에 불과한 현대차 퇴직간부가 대리운영하고 있는 사내하청업체가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지휘명령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근거로 정규직과의 동일한 업무 수행 및 혼재작업, 원청 작업지시서에 의한 단순반복작업, 작업배치와 근무조건에 대한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결정권 등을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은 위에서 언급한 근거가 부족한 경우 상당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합법적 도급노동자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규직과 함께 혼재작업을 하지 않거나, 한 부서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만 일하는 경우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게 된다. 또한 현행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2005년 7월 이후 입사자의 경우 과태료만 물면 정규직 전환의무가 원청업체에게 부가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 있다. 2007년 7월 파견법의 개정으로 인해 불법파견의 경우에 적용되던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편 부실한 법체계를 악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고 있는 사내하청의 현실을 고려하면, 현대차 사내하청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수많은 사업장에서 몇 개월짜리 한시하청은 물론, 단기계약직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무분별하게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자 메시지 하나로 해고를 통보받는 것이 일상이다. 또한 사내하청 비율이 무려 50%를 넘어서는 조선 및 철강업체의 경우 대부분 합법도급을 위장하여 사내하청 노동자를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로 제대로 된 제제를 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자본에게 '꿈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기아차 모닝공장을 그대로 모방하여 '100% 비정규직 공장'이 자동차 및 조선사업장에서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모비스 공장 8곳, 현대위아 공장 3곳,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STX중공업의 경우 관리자만 정규직이고 모든 생산직 노동자들이 사내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레시안(김봉규)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계속 오리발만 내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 노동자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에 불과하고 사내하청 대부분이 합법도급이라고 억지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는 사내하청 불법파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의 근본취지인 '노동자보호'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그 근거로 불법파견으로 판결을 받은 노동자는 일부 정규직화를 통해 1차 노동시장에 진입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미 해당 사내하청 노동자는 고임금에 따른 노동수요축소로 인해 해고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동비용의 상승에 따른 노동수요의 위축, 임금격차 축소로 인한 고용대체효과 등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유발시키는 긍정적인 효과, 즉 고용안정의 생산성향상효과, 갈등 및 관리비용의 축소효과, 임금소득상승에 의한 구매력증대효과 등에 따른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기존의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향상과 임금상승이 궁극적으로 전체 경제의 내수증대로 이어져 소비 진작과 부가가치증가로 나타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한편 재계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직접고용은 엄청난 비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기업이 값싼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들은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비용을 '추가비용'으로 규정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돈은 '추가비용'이 아니라, 원래 정규직으로 일해야 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지불했어야 정상임금을 이제 비로소 돌려주는 것이다. 사실상 체불임금, 혹은 '지연된' 임금지불이다. 그리고 거꾸로 한번 생각해보자. 재계는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이 엄청나게 더 증가한다고 야단이지만, 이들이 강조하는 비용증대액은 역으로 지금까지 재계가 불법적인 사내하청을 사용해서 얻은 초과이익을 의미한다. 사상최대의 실적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재벌대기업의 지불능력 또한 충분하다.

하지만 이러한 허구적 기업논리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의 확산을 막고 정규직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명백한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고용불안과 차별대우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개혁방안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행 노동부의 지침 수준에 머물러 있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파견법, 혹은 직업안정법에 법령으로 규정해야 한다. 실제노동시장에서 불법파견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청업체의 사업경영 및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이 없는 경우 도급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직접고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균등처우 및 차별금지를 근로기준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사내하청이나 파견노동과 같은 간접고용의 경우 고용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 난무하고 용역과 위탁노동이 기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고용과 동일노동-동일임금원칙의 확립은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부딪히고 있는 고용관계에 따른 차별대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셋째, 불법파견 뿐만 아니라, 합법적 파견에도 엄격한 규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서비스부문의 경우 합법적 파견 대상업무를 악용하여 상시적인 핵심 업무까지 파견노동자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포지티브리스트에 따른 파견대상 업무를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노동조합과의 협의의무를 부여하고 1년 파견기간을 초과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를 부활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파견노동 외 간접고용을 규제하기 위해 사용자성에 대한 규정을 확장시켜야 한다. 사용사업주가 용역업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성과 임금 등 노동조건의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계약 당사자로 제한된 사용자성을 확장하고 원청업체가 용역노동자에 대한 연대책임을 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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