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반포 행위 등 연이은 디지털 성착취 사건으로 국민 10명 중 9명은 성범죄 및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20~30대 남성 계층의 경우 다른 성별 및 연령대에 비해 성범죄·디지털성범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23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국민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조사의 응답자 10명 중 9명(92.9%)은 최근 우리 사회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특히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사회현안으로 다시 떠오른 만큼, 조사에선 디지털 성범죄(95.3%)를 성범죄(92.9%)보다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엿보였다.
다만 조사에선 성별 간 성범죄 인식격차가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50대 여성(99.2%), 40대 여성(99.0%), 19~29세 여성(98.8%)에선 상대적으로 심각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던 반면, 2030세대 남성들 사이에선 성범죄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다른 성별 및 연령대에 비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조사에 따르면 19~29세 남성 응답자 중 22.6%가, 30대 남성 응답자 중 19.1%가 '우리 사회 성범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19~29세 남성의 16.1%가, 30대 남성의 14.9%가 '심각하지 않다'고 인식했다.
한편 응답자의 16.1%는 디지털 성범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범죄 유형 중엔 '온라인상에서 원하지 않는 성적 모욕과 성적 괴롭힘 등을 당한 경우'가 11.6%로 가장 많았다. 사전 동의 없이 본인의 신체 또는 성행위 장면이 찍힌 경우(6.5%), 괴롭힘 등을 목적으로 성행위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당한 경우(4.9%), 얼굴 사진과 성적 사진 합성물이 온라인상에서 유포된 경우(3.9%), 성행위 촬영에 서로 동의했으나, 본인의 동의 없이 영상물이 유포된 경우(3.3%)가 뒤를 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중 '가장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가해 행위에 대해 응답자 38.8%는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를 꼽았다.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23.9%), '촬영물 유포 및 재유포'(12.3%)가 뒤를 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가해자가 불법촬영물을 유포할까봐 두려워서'(25.4%)가 가장 많았다. '주변 사람들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서'(23.0%), '재유포, 성희롱 댓글 등 2차 가해가 두려워서'라는 답변도 20.3%나 됐다.
국민 10명 중 9명(92.0%)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범죄가 발생한다고 인식했다. 집중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단계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1순위로 꼽은 답변(45.0%)이 가장 많았고, 특히 '디지털 성범죄 양형 강화'(42.9%)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혔다.
주요 피해집단이 원하는 처벌 형태로는, 20대는 '물리적 형벌'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30대는 '경제적 형벌 강화' 역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20년 기존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을 세분화해 허위영상물(딥페이크 영상물 등)의 반포 범죄와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등을 추가했지만 그 양형 수위는 낮다는 평가가 많다.
허위영상물을 반포했을 경우 양형 기준은 기본 징역 6개월~1년 6개월, 가중돼도 10개월~2년 6개월에 그친다. 여기에 △심신미약 △진지한 반성 △형사 처벌 전력 없음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 등의 감경요소까지 반영하면 양형 수위는 더 낮아진다.
주요 피해집단인 30대 이하 저연령층의 경우, 피해자들을 위한 신고·지원 기관에 대한 인지율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드러난 바 있다.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대국민 정책 홍보 시 효과적인 채널로 주요 피해집단인 20대는 SNS(31.8%)를, 30대는 '동영상 플랫폼'(26.8%)을, 40대 이상은 TV를 꼽았다.
이기헌 의원은 "국민 속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가 엄하게 처벌받지 않고, 사법부가 이들을 봐준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 마련을 위해 국민인식조사를 한 만큼,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더욱 악랄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주요 피해 연령층인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신고·상담 기관을 적극 알려야 할 것"며 "SNS, 동영상 플랫폼 등 다양한 홍보방식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3~20일 전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웹조사 및 모바일 조사를 병행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및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책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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