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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반찬값' 벌려면 목숨 내놓아야 한다?

[거인들의 발걸음] 급식 노동 환경, 언제쯤 개선할 건가

물가 상승, 아니 물가 폭등으로 인해 반찬값을 충당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게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떤 이들은 노동전선에 나선 여성들의 노동을 폄하하며 그깟 '반찬값' 벌러 나왔다고 말한다. 물론 여성들이 반찬값만을 얻기 위해 노동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먹고살기 위해서 노동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은 여성 노동자를 더 낮은 임금으로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한다.

지난 9월 8일, 충북에서 일하던 급식 여성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10년 넘게 최선을 다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렸고 2022년 폐암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충북 지역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였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그가 소속되었던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그는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후 치료에 전념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폐암의 원인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또는 고농도 미세먼지인 '조리흄'"이라고 꼽았다. 또한 "조리흄이 폐암에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수많은 산업재해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조리흄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유해인자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전국 학교 급식 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1,206건에 달했고 사고 빈도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다. 매해 급식 노동자들이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폐질환의 양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뿐만 아니라 폐섬유증, 폐결절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식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리한 처우에 허덕이고 있다. 더는 살기 위해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 모두가 안전하게 일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9월 9일부터 13일까지를 '폐암 산업재해 사망 피해 급식 노동자 추모 주간'으로 지정했다. 추모 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업무 시작 전 추모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또한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추모 이미지를 카카오톡과 여러 SNS의 프로필로 활용해 추모의 마음을 널리 퍼트리기로 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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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글을 쓰고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책을 만들며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대한문 분향소 농성을 계기로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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