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과 폭행 및 가혹행위, 강제노역, 친권 포기에 시체 교부까지…. '제2의 형제복지원'들의 실상이 37년 만에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6일 제86차 위원회를 열고 서울시립갱생원·대구시립희망원·충남 천성원(성지원, 양지원)·경기 성혜원 등 수용시설 다섯 곳(법인 4개)에 수용됐던 신청인 13명에 대해 진실규명(피해자 인정) 결정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진화위 조사 결과, 과거 1970~80년대 정부는 사회정화라는 명목을 내세워 '부랑인'으로 지목된 불특정 민간인을 단속해 수용시설에 잡아넣었다. 이같은 조치의 근거가 된 것은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조치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 지침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였다. 형제복지원과 마찬가지로 천성원 등 수용소가 이 훈령에 따라 운영됐으나, 진화위는 지난 2022년 진실규명했던 형제복지원 조사 과정 때는 확인하지 못했다가 최근에 파악했다.
진화위가 입수한 성혜원의 1982년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혜원은 1978년 이후 법인의 목적사업을 '부랑인선도시설'로 변경하고 수용 규모를 늘린 배경으로 "88년 서울 올림픽을 대비한 정부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 시설에서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강제 입소된 수용자들은 돈도 받지 않고 쉬는 날 없이 강제노동에 동원됐고, 도시건설사업에도 강제동원됐다.
대구역 대합실에서 시청 직원에게 단속돼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수용된 후 시설 5곳에서 총 23년간 시설에 갇혀 지낸 이영철(가명) 씨는 이날 진화위 간담회에서 "창이 높아서 밖이 보이지도 않았고, 장판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했다"며 "원복을 깨끗이 세탁하지 않거나 지시를 어긴다는 이유로 맞은 일도 많았다"고 증언했다.
또 "공사를 하다 흙이 무너져 사람들이 매장당해 죽는 일도 있었다"며 "시설에서 죽은 사람을 100명 정도는 본 것 같은데 원장은 꼼짝도 안 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혜원 수용자 박모 씨는 "부산 형제원에서 폭행을 많이 당해 몸이 시퍼렇게 된 사람들이 성혜원에 와서 한 달 있다가 대구 희망원으로 가고, 희망원에서 있다가 폭행을 심하게 당하면 인천 ○○원에 보내는 식으로 '뺑뺑이'를 돌렸다"고 했다.
형제복지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설에서 사망한 수용자의 시체는 해부실습용으로 넘겨진 사실도 확인됐다. 천성원 산하 성지원이 1982∼1992년 충남의 한 의대에 넘긴 해부용 주검은 117구로, 같은 기간 이 의대가 인수한 전체 주검 161구의 72.7%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돈을 받고 시신을 팔아넘긴 매매 행위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수용시설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출생 직후 해외 입양 목적으로 홀트아동복지회 등 입양 알선기관으로 전원 조치된 것도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산모에게 친권 포기를 강요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의 개별 구제신청 없이도 적절한 보상 및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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